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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영철_잊혀진 기억과 혁신의 필요성
등록일 2017-06-28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보내면서 기억해야 할 많은 것들이 잊혀져갔다. 특히, 남북이 휴전선을 밟고 밟아 길을 내던 기억들이 사라져갔고, 그 자리를 대신해 남북의 총격, 삐라, 상호 비방의 장벽들이 세워졌다. 휴전선은 우리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를 지나면서 휴전선은 공포와 두려움 대신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험의 길이자, 평화와 통일의 역사를 만드는 상징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오갔던 휴전선이 평화의 길, 통일의 길이 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기억조차도 가물가물해지고 있지만, 우리의 역사에 그리고 세계인을 흥분시켰던 20세기 최후의 거대 이벤트가 성사되었다. 바로 1998년 6월 16일의 고 정주영 회장의 소떼몰이 방북이었다.
 
6월은 6.25 한국전쟁의 비참함으로 기억됨과 동시에 6.15의 희망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또 하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6.16일의 소떼몰이의 광경일 것이다. 소떼를 가득 실은 수 십대의 트럭이 행렬을 지어 남에서 북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누군가의 표현처럼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었고, 우리에게는 휴전선의 의미를 뒤집어놓은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시작하여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고, 남북의 수 많은 교류와 협력이 진행되었다. 겨레의 온정을 담은 따뜻한 지원의 손길이 휴전선을 넘었고, 북의 예술단이 서울을 찾아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고 돌아갔다. 소떼가 열어놓은 그 길을 따라 수 많은 사람들과 차량들이 개성공단으로 향했고, 남북이 힘을 합쳐 공동의 번영을 위한 노력에 머리를 맞대었다. 불교계에서는 금강산에 신계사를, 개성에 영통사를 복원하여 남북 불자의 마음을 하나로 합쳤고, 남의 불교도들이 북의 불교도들과 부처님 아래에서 하나로 ‘통일’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십년공부 도로아미타불이라고 했던가? 힘들게 쌓은 탑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듯, 지난 10년 동안 남북의 협력은 허무하게 끝났고, 그 자리를 대신해서 다시금 과거와 같은 적대와 갈등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즐거움과 희망의 기억들은 희미해졌다. 간신히 6.15의 상징만 기억될 뿐, 그로부터 시작된 커다란 변화의 기억들은 사라져버렸다.
 
다행스럽게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그럼에도 시작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북은 더 이상 10년 전의 북이 아니었고, 남 역시 10년 전의 남이 아니게 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동안 북과 접촉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많은 단체들이 대북접촉 승인을 받게 되면서, 조만간 북과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진행될 듯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북은 10년 전의 북이 아니며, 따라서 과거의 방식이 그대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 역시 그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쳤으며, 따라서 남북의 협력 방식도 과거를 밑거름 삼아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만 한다. 이미 우리는 몇 몇 단체의 교류 시도가 북의 거부(?)로 무산되고 있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이것이 단기간의 정치적 이유일 수도 있고,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사고 방식의 혁신이 없다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998년의 소떼 방북이 하나의 이벤트로 그친 것이 아니라, 당시 누구도 생각지 못한 혁신의 사고의 산물이었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21세기에 맞는 혁신적 사고일 것이다. 20년 전 소떼도 했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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