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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창현_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이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등록일 2018-01-30
 
 
오랜만에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고 있다. 지난 10년간 한반도에서 대화보다는 대결이, 평화보다는 긴장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그 순풍은 더 반갑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난해 촛불항쟁의 결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권이 졸속으로 단행한 사드 배치, 위안부합의 등의 현안을 풀기위해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를 재조정하는 정상외교에 힘을 쏟았고, 이를 기반으로 마지막 난제인 남북관계를 푸는데 집중했다. 무엇보다도 2월 9일 개막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이어지는 패럴림픽을 평화적으로,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남북대화와 북측대표단의 참가가 긴요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6개월 정도 기다려달라며 대화 제의에 침묵하던 북한도 지난해 10월 이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신년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참가를 밝히는 등 예상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북한도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완화하고 경제 건설에 집중하기 위한 ‘평화적 환경’이 절실한 상황이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틀에 공감대가 마련되자 이후 열린 고위급회담과 실무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2월 9일 2년 만에 이뤄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민족 문제를 당사자 해결 원칙 아래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측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확정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 군사당국 개최 등에 합의했다. 이어서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개회식 공동 입장, 여자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단일팀 구성, 북측의 대규모 대표단·예술단·응원단 파견, 금강산 합동문화행사 등 세부적인 사항에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해 말 민간단체들이 기대하고 요청했던 육로 개방, 북측 응원단 파견, 금강산 남북합동전야제, 개막식 공동입장 등이 모두 성사된 것이다.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측 고위급대표단은 규모나 방남 일정, 방남 경로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 노동당 조직담당 부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의 헌법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박광호 선전담당 부위원장, 최휘 부위원장 겸 국가체육지도위원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당과 국가기구의 주요 인사들이 고위급대표단에 대거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여자아이스하키 북측선수단이 내려왔고, 남북은 금주부터 본격적으로 평창올림픽 관련 행사에 들어간다. 이제 2월 9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과 북의 선수단이 단일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하는 감동적인 장면과 남북 공동응원,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을 지켜보며 평화축제를 만끽하는 일만 남았다. 특히 패럴림픽 기간에는 남북 첫 단일팀으로 출전해 우승한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의 주역인 현정화·리분희 선수가 27년 만에 재회하는 감격적인 모습도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성사된 남북대화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 대화를 제의한 노력의 결과로, 북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 큰 결단’으로, 미국은 미국대로 북을 최대한 압박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지만 대화국면의 지속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다.
 
문제는 역시 평창올림픽의 축제와 감동 이후 상황이다. 어렵사리 남북관계에서 국면 전환의 계기를 잡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미국과 중국과는 어떻게 대북정책을 조율해 나갈지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서게 된다.
 
우선은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구체적으로 남북대화와 교류를 언급했고, 문재인 정부도 대화의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적극적이기 때문에 8월까지 대화국면이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4월로 연기된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대폭 축소되거나 중지되지 않을 경우 과거처럼 남북대화가 일시 중단될 가능성도 있지만 남북 대화의 불씨는 유지될 것이다.
 
남북 대화가 본 궤도에 오르고 긴장이 완화되면 북미가 대화에 나설 공간이 확보되고 이는 곧 북핵문제와 평화체제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긍정적인 시나리오’의 현실화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부정적인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신년사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책임 있는 핵강국”이란 용어를 사용했고,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는 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며 남북대화를 이어나가야 하고, 남북대화와 교류를 북핵문제와 분리해 동시에 추진하는 한편, 북미 대화에도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시점에 남북관계 전반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특사의 상호 교환 또는 남북장관급회담을 추진하고, 이산가족상봉 논의와 다양한 형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북한 당국이 집중하고 있는 산림녹화정책을 활용해 육로로 묘목을 지원하고, 이를 계기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지 않고, 북한이 남북관계와 별개로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에 반발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자주적인 권리행사를 내세워 위성 발사 로켓을 발사할 경우 한반도 상황은 대단히 복잡해질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든 북미양국의 입장을 적절히 조정하고 조율하면서 2005년 9·19공동성명처럼 타협점을 찾아 북미양국이 적극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평창의 평화축제가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지도록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면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떠한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듯이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비핵화회담에 나올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고, 안정적인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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