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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연희_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연대
등록일 2018-11-30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JSA에서 남북 양측의 무장이 해제되었다. 지난 11월 1일부터 남북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한 합의도 약속대로 이행되었으며, 비무장지대(DMZ) GP(감시초소)를 남북이 차례로 철거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남북 군인들이 만나 총을 겨누는 대신 두 손을 마주 잡던 순간은 오래도록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만든 남북관계의 발전은 가히 획기적이다. 무엇보다 적대와 대결을 청산하고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하나씩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전망은 밝다.
 
그러나 아직 현실의 장벽은 높다. 본래 8월로 예정했던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12월에야 비로소 일정에 오른 것이나, 개성연락사무소 역시 예정보다는 늦게 설치된 데다 아직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는 관문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단체들의 북측 방문이나 교류는 중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 본격화되는 양상은 아니다. 많은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고대하는 남북 협력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북교류협력을 준비하는 민간단체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만큼 민간도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의 곤혹스러움도 이해가 된다. 남과 북의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모든 일에 ‘대북제재’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공동조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철도 공동조사 대북제재 면제 결정’과 유엔사령부의 통행 승인 후에나 가능해진 것을 놓고 보더라도, ‘대북제재’라는 현실의 장벽 앞에, 남북 모두가 서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대북제재’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는 것은 최근 북미협상의 교착상태에서도 보여 진다. 교착상태는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미국의 완고한 태도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유리한 협상을 위해 제재를 유지하자는 것인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는 힘으로 해결하려던 과거의 접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북미 양국의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교착상태가 길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지난 5월 ‘번개’처럼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은 좌초위기에 놓인 북미정상회담을 구해낸 동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도 판문점선언 이행 앞에 놓인 걸림돌을 과감히 걷어내고, 상호존중과 신뢰를 다진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올해 남과 북 두 정상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고비 고비마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 내며 오늘에 이르렀다. 북미협상의 교착상태가 길어지고 9월 평양선언이행이 차례로 순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만큼 ‘가까운 시일’로 약속한 서울 남북정상회담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북미간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어김없이 분열과 적대를 부추기는 가짜뉴스와 언론보도가 횡횡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루어질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남북 정부의 신뢰와 우리 정부의 정책의지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 번영을 지지하지만, 연대는 취약하다. 대북제재도 문제거니와, 판문점선언 국회비준이 무작정 지연되고, 남북협력기금을 문제 삼아 예산안 통과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의 선언과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될 리 없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촛불시민의 연대로 극복했듯,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 번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연대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를 밀고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도록 하는데 시민의,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어야 한다.
 
민간교류가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지 못한 현실이 일면 아쉽지만, 고차방정식과도 같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민간교류협력의 순기능은 어디쯤 놓여야 할지 생각해 본다. 남북 교류의 경험이 있는 단체나 개인이라면 이제 다시 시작되는 교류가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회적인 만남, 혹은 지원방식의 교류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 더 깊은 연대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부침을 거듭했던 지난시기에는 지속가능한 일을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만큼 남북관계 발전 속도가 더뎠다는 얘기이기도 하고, 거꾸로 남북관계 발전이 더뎠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당장은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해관계보다 남북관계의 큰 길을 내는데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보조를 맞추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 벽을 허물고 길을 내는 일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반도 평화, 번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연대가 튼튼해 질 때,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도, 지속가능한 민간교류도 본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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