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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창현_2018년은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놓은 해였다.
등록일 2018-12-26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7분간 공개 연설을 했다. 2018년의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남북 정상 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해 한반도 정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 형성을 통해 현안들을 풀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남과 북은 4.27판문점선언에서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에 합의했고, 6.12북미공동성명에서는 “새로운 조(북)미관계 수립”을 천명했다.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신뢰를 먼저 쌓아나가자는 뜻이다. 새로운 관계 수립을 통해 현안인 한반도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자는 선언이다.
한반도 정세의 대반전은 남과 북,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극적으로 찾아왔다.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동력을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15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은 안 됩니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도 이에 호응했다. 2017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 무력건설 완성을 선언하고, “인민을 위한 많은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올해 신년사에서 대화의 필요성과 경제건설을 강조했다. 역설적으로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 완성을 선언한 순간 대화와 협상의 돌파구가 열렸다.
미국도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무시정책에서 ‘최고의 압박과 개입’을 표방하며 협상정책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1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국 본토 도달 능력이 입증된 이후 미국은 처음으로 북한의 핵능력을 현실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북한의 지속적인 ‘핵 보유’ 주장을 무시해 왔던 미국도 진지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군사주의에 의한 세계 패권 유지라는 2차세계대전 후 미국의 전통적 대외정책 노선을 거부하고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등장도 일조했다.
특히 북미간 협상이 교착될 때마다 남북의 확고한 신뢰와 평화 의지가 협상의 버팀목이 되면서, 남과 북이 정세의 주도권을 잡았다. 문재인 정부의 대화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여기에 북한이 힘을 실어주면서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의 대화와 협상이 선순환 되는 구조가 마련됐다.
그 결과 2018년 4월 27일 북의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았다. 5월 26일에는 한 달 만에 남의 최고지도자가 북쪽을 방문해 남북 정상의 수시 만남이 성사됐다. 6월 12일에는 싱가포르에서 분단이후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도 이뤄졌다.
 
남북연합과 냉전 해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첫 북미정상회담은 두 가지 측면에서 현대사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제도화되고, 남북연합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남과 북이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의 3단계로 상정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2단계, 즉 남북연합단계(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북미 간 적대 관계가 청산될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반도 냉전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으로 시작된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북일관계의 정상화로 이어질 때 ‘세계사의 대전환’이라는 표현에 걸맞은 시대의 변화를 가져오고, 20세기 세계사적 냉전의 완전한 종식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다. 또한 한반도의 대전환은 한 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통일이라는 세 개의 프로세스가 양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동시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완료할 수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
 
이러한 측면에서 종전선언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무산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선언이 나올 때만해도 종전선언과 한반도비핵화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상 실무협상에 들어가면서 북미대화가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수행해야 할 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제공해야 할 ‘상응조치’ 사이에서 북미간 입장차이가 뚜렷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남북간 합의도 외양은 화려하지만 실제 진행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다만 남북 군사분야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림으로써 대화의 동력은 유지됐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은 확고하고 정세의 역전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움직이는 만큼 자신들도 움직일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이 나오면 그에 앞서 서울 답방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2019년 한반도 정세는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여부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월 노벨평화상 추천시한과 의회 개원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완화, 종전선언 등의 카드를 내세워 북미정상회담에 나설지, 북한이 더 진전된 비핵화 카드를 제시해 대화의 연속성을 이어갈지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또한 북미가 대화의 접점을 마련하도록 촉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 또한 주목된다. 늦어도 내년 4.27판문점선언 1주년 때까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대북제재가 완화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와 시민사회의가 힘을 모아야 올해 마련한 초석 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기둥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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