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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창희_미국의 태도 개선이 당면 한반도 비핵화의 관건
등록일 2019-04-30



작년 연말 민추본 월례강좌에서 2019년 설날까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서울 답방 무산으로 잘못된 전망에 따른 혼란이 발생했음에도, 1월 17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와 그에 따른 2월말까지의 북미정상회담 합의로 인해 저의 예측은 절반의 맞춤 이상으로 귀결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답방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며,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3월말 4월초로 예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이른바 ‘노딜’로 끝났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 국면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회담 직후 북한과 미국, 남한 모두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이례적인 평가를 했지만 세인들은 크게 실망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노딜’을 예상하지 못한 문재인 정부에게 무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역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웠던 ‘노딜’
논리적으로 노딜은 예측하기 쉬웠다. 논리상 예상되는 경우로 절반의 확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현상에 대한 예측은 역사적인 맥락에서 내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노딜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역사적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사실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북미 적대관계 청산’ 등의 공동성명 이면에 합의가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 동결과 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및 핵실험장 폐기 등에 대해서 미국은 한미군사훈련 중지와 종전선언 등을 약속하였다. 한미군사훈련 중지는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종전선언은 실현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8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연기 등 북미관계는 교착되었다.

이를 해결했던 것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이었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남과 북은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비핵화 20%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에 주목하여 ‘상응조치’가 있으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겠다는 엄청난 약속을 합의하였다.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월 5일 국회 특강에서 “영변 핵시설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미국의 북핵 전문가 해커 박사의 2010년 평가에 따르면, 영변은 북한 핵 능력의 70~80퍼센트고, 다른 전문가들은 50퍼센트 수준으로 보기도 한다.”며 답하였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의 방북이 재개되었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북한은 구체적인 ‘상응조치’에 대해 물었고, 미국의 태도는 분명치 않았다. 미국의 이상한 셈법은 여기서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살 것에 대해 지불할 대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성사되지 않았고, 문재인 정부가 연말까지 도출하려 했던 종전선언도 실현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그러던 차에 2019년 1월 김영철의 워싱턴 방문이 이루어 졌고, 2월말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되었다. 2월 6~8일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이 이루어졌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진행되었다. 비건은 “완전한 비핵화,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고,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확대,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고려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제재 완화는 북핵 폐기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지만, 남과 북의 입장을 고려하여 제재 면제의 폭을 넓히는 방향에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이 고려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로 인해 외교가에서 개성과 영변이 교환될 수 있다는 말이 회자되었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 직전 실무협상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쇄와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을 위한 일부 제재 완화,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선언 등이 잠정적 합의로 논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은 아무런 합의 없이 끝났다. 이는 사전 실무협상까지 진행된 역사적 맥락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미국의 일방적인 외교적 결례였다.

노딜의 원인으로 가장 크게 지적되었던 것은 미국의 국내정치 상황으로 트럼프의 성추문,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등을 다룬 코언 청문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코언 청문회가 자신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걸어 나온 것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을 모면하고자 볼턴까지 동원하면서 단계적 해결과정을 무시하며 영변외 핵시설 사찰과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한 북미합의는 없다는 태도로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이다.
 
향후 북미간 생산적인 대화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
그럼에도 북한과 미국은 향후 생산적인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왜일까? 북한은 4월 당 정치국회의와 중앙위 전원회의에 이어서,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며 사회주의경제건설총집중노선을 재천명하였고 연말까지 3차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한 미국의 용단을 기다린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7년 동안 지방 단위에서 경제회복 등으로 검증된 인사들을 대거 포진시키며 더 이상 제재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며 자력갱생을 천명하였다. 나아가 4월 25일 블라디보스톡 북러정상회담에서 서로 검을 주고받으며 북러협력을 강화하면서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촉구하였다. 이러한 것들을 살펴보면 북한이 아직까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추진하려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일방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북한은 러시아, 중국 등의 주변국과 비핵화를 진행하면서 협력을 강화하여 스스로 경제발전을 진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도 패권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북한의 핵위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의 사례를 통해 강대국의 핵무기독점체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과 연결시키려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협상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나 과거 리비아 내전 사례에서도 확인되었고, 이란 핵합의에서의 미국 탈퇴와 더불어 최근 석유수출 금지 등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볼 때 미국 패권의 유지가 비핵화를 통한 상대국가의 약체화라면 미국식 협상은 진전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에 나서서 북미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미국의 일방주의로 오히려 한반도 비핵화가 어려워진다면 지나친 한미공조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결단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 비핵화 국면을 진전시키면서 북미관계의 발전도 도모해나가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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