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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연희_정체된 남북관계, 해법이 절실하다
등록일 2019-05-30



빠르게 발전하던 남북관계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세 차례 정상회담과 함께 연말 서울정상회담까지 일정에 올랐던 좋은 분위기가 언제였나 싶게 냉냉한 기류마저 흐른다.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됐을까?
단연 하노이가 떠오른다. 북미정상이 다시 마주앉는 것이 쉽지 않았고, 또 합의문 초안내용까지 보도될 정도였으니 2차 합의가 나오리라는데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순간, 세계 초강대국과 약소국의 이 세기적 회담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지난해 12월 26일, 남북은 미루고 미뤘던 남북철도연결 착공식을 진행했다. 8월에 추진했던 남북철도 공동조사가 유엔사의 불허로 연기와 지연을 거듭하다가 11월말에 이르러서야 시작될 수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착공식은 진행했지만, 착공없는 착공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변수는 아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후, 많은 전문가들은 ‘북미간 문제해결을 위한 중재자’에 그치지 말고, 남북의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문제해결의 선도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주문이기도 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의 냉정한 현실에 보내는 다짐이기도 하다.
 
남북관계가 ‘발전’한다는 것은 남북간 신뢰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데서 출발해 사회문화, 정치군사, 경제 등 각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활성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남북공동의 평화, 번영, 통일에 다가서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은 세 차례나 직접 만남으로써 그동안의 오해와 대결을 불식하고 탄탄한 신뢰를 만들어 냈다. 단기간 많은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도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지만 횟수와 기간에 상관없이 정상간의 만남이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회담보다 힘이 세다.
 
그런데, 남북간 신뢰의 토대이자 기준점인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은 여전히 제자리다. 사사건건 ‘대북제재’가 문제가 되더니 급기야 지난해 10월 ‘한미워킹그룹’이 신설된 이후에는 남북관계의 모든 현안들이 의제로 올라가고 있다.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 한미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남북관계 제반 문제를 일일이 한미간에 조율해야 한다는 사고는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묻고 싶다.
2004년 개성공단이 첫 삽을 뗄 때도 미국이 한사코 반대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결단으로 개성공단은 현실이 되었고 2017년 영문도 모른 채 문을 닫기 전까지 한반도 평화의 최후의 보루이자, 남북 경제협력의 모델로써 충실히 기능해 왔다.
 
지난 5월 23일부터 중국 선양에서 예정됐던 6.15남측위원회, 겨레하나, 민화협 등의 민간단체들과 북측과의 협의가 전격 취소됐다. 남측에서 ‘민간단체를 앞세워 식량지원 등을 매개로 남북관계를 우회적으로 풀려는 접근’이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북측이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면 과도하게 문제를 부풀린 언론보도의 문제이겠으나, 만일 우리 정부의 접근이 정말 그랬다면 해법은 요원해 진다. 정부당국은 물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도 당분간은 어려워졌다.
 
상황은 심각하다. 다시 과거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만큼 말이다.
북측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다, 이번에 민간단체 실무협의까지 취소하자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도 나온다. 북측이 오히려 남측의 의지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북측의 메시지를 잘 읽을 필요가 있다. ‘착공 없는 착공식’과 같은 남북관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 식량지원 같은 부차적인 문제에 앞서 남북이 약속한 사항들부터 이행하자는 것이다. 한미관계의 한계를 이유로 들어 ‘되는 것’보다 ‘안되는 것’이 많았던 그동안의 남북관계에 비추어 보면 북측의 제기는 일면 타당하다.
 
남북관계가 잘 발전해야 북미관계에서도, 또 다른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검증한 사실이다. 진정한 중재자 역할은 탄탄한 남북관계를 토대로 할 때 가능해 진다.
남북관계를 푸는 해법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남북간 신뢰의 토대이자 결실인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는 일이다. 대북제재와 한미관계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또는 대북제재와 한미관계의 제약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사고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주저없이 해낼 때만이 남북관계를 다시 본 궤도에 올 릴 수 있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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