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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진환_사건만 보지 말고 상황을 주목하자
등록일 2019-07-30


 
현재 진행 중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맛깔스런 과실주가 담긴 병뚜껑 열기에 비유해보자. 오랜 시간 닫혀 있던 병뚜껑을 열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처음에는 손에 얼마나 많은 힘을 줘야 하는지. 사회의 이치도 이러한 자연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무려 70년 가까이 닫혀 있던 병뚜껑이 어찌 쉽게 돌아가기 시작하겠는가. 달리 말해, 70년 가까이 존속해 온 한반도 냉전구조가 남북 또는 북·미 사이 단 몇 번의 정상회담으로 해체될 수 있겠는가.
 
꽉 닫혀 있던 병뚜껑을 여는 방법은, 초장에 잘 돌아가지 않는다며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열릴 때까지 꾸준히 힘을 써 보는 것이다. 또한 병 속에 든 과실주가 아무리 탐난다고 하더라도, 곧 한반도 평화가 가져다 줄 행복과 번영에 대한 기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병을 깨뜨려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과실주도 함께 사라진다. 병 안에 담긴 행복과 번영을 실제로 얻을 ‘유일한’ 방법은 남북·미가 꾸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병뚜껑을 여는 것이다.
 
지난 5월 북한 당국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어떤 이는 여태까지 힘을 쓴 게 무용지물이 됐다고 실망했고, 어떤 이는 자칫하면 병이 깨질 수도 있는 이전까지의 방법, 곧 제재와 압박 일변도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러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사상 최초로 함께 만나자 어떤 이는 금방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북·미 실무협상은 안 열리고, 오히려 7월 25일에 북한 당국이 또 다시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어떤 이는 역시 북한 당국은 양보 의사가 없다고 단정했고, 어떤 이는 또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할까봐 걱정한다.
 
한마디로 사건 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는 우보천리(牛步千里)보다 일희일비가 세간의 분위기 같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소걸음으로 천리 길 가듯 가는 ‘지구전’으로 생각하는 이보다는, 하루빨리 성과를 내야 하는 ‘속도전’이라고 생각하는 이, 또는 이제는 할 만큼 했으니 다시 대결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가 더 많아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이들을 만날 때면, 최근 한국 영화에서 들은 대사 한 마디를 꼭 들려준다.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는 옛말이 있듯, 김정은 위원장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호하게 된 방법이 바로 상황 또는 맥락 이해다. 달리 말해 그들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언행이 나오는 맥락에 주목해 정세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조선노동당은 2016년 7차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하며, 2020년까지 에너지문제 해결, 인민경제 선행부문 및 기초공업 정상화, 농업·경공업 증산 및 식량문제 해결 같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7월 26일 발표한 ‘201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보면, 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 대비 4.1% 감소했다. 대북제재와 기상악화가 겹친 효과다. 2017년에도 이미 전년 대비 3.5% 역성장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비핵화 협상을 통해 대북제재를 풀지 못한다면, 경제후퇴를 멈춰 세우기는 어렵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에게는 트럼프의 2020년 재선, 빠르게 부상하는 중국 견제 등을 위해 비핵화 성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북한 당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상황’이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는 ‘맥락’이다. 적어도 2019년에는 이러한 상황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올해 하반기에도 이 말을 기억하자. “사건만 보지 마라. 그보다는 상황을 주목하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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