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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정철_평가와 전망 : 8차 당대회와 ‘쌍중단’ 뛰어넘기
등록일 2020-12-28



2020년은 남북관계에 두 가지 숙제를 남겼다. 하나는 쌍중단이다. 쌍중단이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것은 한미가 군사연습을 중단 혹은 축소하는 데에 비례한다는 전제 개념이다. 2020년 3월 북한은 한미군사연습 중단이 코로나 탓이라면서 쌍중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시작된 대남 공세는 6월 연락사무소 폭파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8월 군사연습 기간 동안 북한은 긴장을 조용히 넘어갔지만 향후 3월, 8월 매년 한미 군사연습이 진행되는 시점에 남북관계는 쌍중단 문제를 과거보다 더욱 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둘째는 코로나로 빚어진 북한의 자체 방역과 남북 관계의 동결이다. 북한은 소위 중국식 방역 시스템을 도입하여 자체 차단에 돌입했다. 북중 교역마저 완전히 차단한 북한은 상식을 뛰어넘는 고립 상태로 돌입했다. 이제 북한이 언제 보건 협력으로 전환할 것인가하는 점이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그리고 이 기간이 지난 후 북한의 협력은 중국을 향할 것인지 남북관계를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북한의 양자택일은 이제 거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인상이다.

북한의 8차 당대회와 북한의 대응 전망
 
8차 당대회의 주요 기조가 2018년 7기 3차 중앙위에서 결정한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의 추인 발전이자 새로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구체화라는 점에서 볼 때,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 노선과 관련한 전망적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할 것이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7차 당대회(2016.5)에서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당대회 기조로 한 직후 9월 9일 5차 핵실험에 나섰지만, 2018년 4월 20일 당 중앙위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고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을 선포하였으므로 다가오는 8차 당대회는 “총력집중노선”의 기조를 확인하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대회가 될 것이 유력하다. 소위 경제 노선이 8차 당대회의 중심 기조가 되리란 점이 분명한 것이다. 북한이 무리한 선제 도발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3월 한미군사연습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2020년 8월 한미군사연습 당시 북한의 반발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월 한미연습이 이 정도 수준으로만 유지된다면 큰 위기 없이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은 높다. 내년에 갑자기 코로나 상황이 해결되어 한미군사연습이 예년 수준으로 복귀되지 않는 한, 북한이 쌍중단 붕괴를 빌미로 도발에 나설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선제도발설이나 3-4월 조건부 도발설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기에 대북 외교와 대북 협상 정책을 수립한다면 북한이 호의적 반응에 나설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남북관계
 
문제는 미국의 대응이다. 향후 바이든 행정부가 발 빠른 대북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동아태 차관보, 백악관 동아태 담당 수준까지의 인사를 마무리하고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때인 소위 5-6월까지 정책 검토(policy review)를 진행하는 경우이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미국은 관료들이 기존의 정책을 집행하는 형태로 상대국들에게 대기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미국 행정부는 기존 제재의 강한 집행 체제를 유지함과 동시에 동맹국에게 정책 대기를 요구하게 마련이다. 소위 지켜보기(wait and see)이자 선의의 무시(benign neglect)다. 이 경우 북한은 자신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의 동결에 대해서 보상을 요구하는 입장이므로, 보상은커녕 제재가 강화되는 데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미군사연습이 강행되는 경우 북한 지도부가 미국 행정부의 정책 리뷰를 기다리고 있기란 어려울 듯하다. 뚯하지 않는 파국의 시작일 것이다. 이런 장면은 사실 2009년 4월의 데쟈뷰이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정책 리뷰를 진행했고 그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에서 핵없는 세상에 대한 연설을 시작했다. 그 날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실험 강행은 8년간의 험난한 북미 관계를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접근법이 조기에 시작될 가능성이다. 이를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 민주당이 북핵 문제를 16년간 다룬 경험이 있는데 새롭게 정책 리뷰를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들 한다. 불과 4년 전까지 북핵 문제를 다룬 경험도 있기 때문에 대북 정책의 이니셔티브를 수행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도 한다. 이런 견해에 맞춰 부상하고 있는 논리가 대체로 군비통제론적 접근법이다. 주한미군 감축론까지 옵션으로 하는 군비통제론적 협상의 지평이 확대되고 있는 점은 사실이다. 이 경우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고 새로운 형태의 북미관계와 이에 근거한 새로운 북핵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폴 합의를 추인하는 경우 대북 협상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한국정부 역할론
 
향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한미동맹 변수의 역할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점은 한국 정부의 선택에 달려 있다. 미중관계 때문에 한국의 입지 축소를 걱정하는 우려도 많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관계 복원론을 강조하는 한 한미동맹에서 한국 정부의 정책 공간이 확장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8차 당대회를 전후한 북한의 오판을 방지하고 미국의 신속한 대북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국 정부가 뛴다면, 내년 도쿄 올림픽 혹은 내후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한 또 한 번의 평화 이니셔티브를 전망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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