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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동엽_ 한반도 트릴레마(trilemma), 남북관계가 답이다
등록일 2021-08-30




2018년 4월 우린 그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한반도 평화 롤러코스터에 올라탔다. 9월 평양에 가서는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남북의 주민들 삶에 평화가 일상화된 전쟁의 공포가 사라진 한반도를 만들었다. 대통령은 평양시민들 앞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이야기했다.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꿈꾸었고, 그리되리라 믿었다. 행복했던 평화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남북관계 위기가 찾아왔다.
 
2019년 봄맞이도 없이 시작된 하노이 발 한반도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6월엔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군사행동 계획까지 발표했다. 북측이 갑작스레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했지만 다시 서해 우리 국민 피격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 남북 간 대화 및 접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쉬 보이지 않았다. 남북 간 방역・보건 협력의 필요성 속에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이 받아들이지 않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남북 간 실무접촉마저 사라졌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갔다.

2021년 한반도 위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2020년 6월의 데자뷔(deja vu)이다. 3월 15일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김여정 부부장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교류협력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와 함께 남북군사분야합의서 파기를 언급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1년여 만인 3월 21일엔 순항미사일 및 25일에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금방이라도 무슨 일 벌어질 것만 같았던 남북관계는 지난여름 변덕스러웠던 날씨만큼이나 이상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이 있었다고 하고 그 결과 13개월 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었을 때 만 해도 마치 금방이라도 남북정상이 만나게 될 것 인양 호들갑을 떨었다. 그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는 데에는 2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미연합훈련 시작 일에 맞추어서 또 다시 김여정 부부장 담화에 이어 김영철 통전부장까지 담화를 발표했다. 한미연합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되었고 남북 통신연락선은 다시 불통이다.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했으니 김정은의 말이다. 누굴 탓하기 전에 어찌 보면 예상된 일이다. 애초부터 통신연락선 재개통 자체는 희망사항으로 떠들어봐야 남북관계 진전과 크게 상관없는 물리적 연결일 뿐이었을 터이다. 우리 정보당국 말처럼 통신연락선 연결을 북에서 먼저 제의한 것이라면 북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우리는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성과에 급급해서 얼씨구나 하고 받은 꼴이 된다. 결국 통신연락선을 재연결해서 북은 카드가 더 많아졌고 향후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보다 강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북은 다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북이 남쪽에 대해 거친 표현을 자제하고 그냥 강한 유감 정도로만 언급했다고 해서 희망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그러나 앞으로 북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더 단호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북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북미대화나 남북대화에 여전히 미련을 두고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기싸움을 한다기 보다 과거와는 달리 대단히 세련되게 거절하고 오히려 남쪽을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번 김여정과 김영철의 담화가 그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이나 그에 따른 향후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예고한 것 정도로만 보이지 않는다. 주한미군 관련 내용 등을 보면 미중 대결속에서 전체적으로 중국 쪽으로 경사가 심해졌다. 최근 한미연합훈련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측 발언과 무관하지 않고 북중간 교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미정상회담 이후 남쪽이 미국쪽으로 핸들을 심하게 돌린 모양새이니 점점 심해지는 미중 대결 속에서 북이 미국이든 남쪽에 기대를 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북이 중국의 바짓가랑이 붙잡고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중국 쪽으로 좀 더 경사가 깊어진 것은 사실이다.
 
예상되었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지난 3월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한 3가지 대남조치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혹자는 북이 말로만 저러는 것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북이 말로만 끝낸 적이 드물다. 어떤 이유에서건 아직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어 긴장감이 더 하다. 북의 신무기 시험은 대외적 메시지도 있겠지만 8차당대회시 강조한 국가방위력 강화 차원에서 대내적 필요성을 위해서라도 한번은 하고 지나가야한다. 북이 중국을 고려한다면 신무기 시험 등 군사행동은 중국의 정치적 일정과 베이징 올림픽, 유엔일정 등을 고려할 때 10월전에는 끝내야할 것이다. 중국이 10월 이후에는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저해하는 불안한 안보환경을 만드는 행동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을 둘러싼 상황은 더더욱 녹록치 않다. 앞으로 남은 문재인 정부 기간뿐만 아니라 향후 남북관계는 북이 제8차 당대회에서 밝힌 정책의 진행과정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북은 지난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15년 동안 장기적으로 사회주의 부강조국 건설을 위한 발전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이라는 전략적 대결 심화와 연결되어 있고 북 역시 한반도 문제를 미중의 전략적 틀 속에서 평가하고 인식하고 있다. 미중대결은 모든 것을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다. 미중갈등 속에 외교적 해법과 남남갈등 속에 국내 정치적 계산을 남북관계 진전이란 톱니바퀴와 함께 돌리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나를 이루려면 다른 것은 이룰 수 없다. 이를 두고 한반도가 직면한 3중고, 혹은 트릴레마(trilemma)라고도 한다.
 
한반도 트릴레마(trilemma)는 분명 현실이다. 그렇지만 숙명은 아니다. 한반도의 타고난 운명도 아니고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여기고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미중 대결의 심화 속에서 한반도의 주인인 남북이 서로의 손을 잡지 않고 혼자서 한반도 평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남남갈등 역시 성숙한 시민의식 속에 남북관계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만들어갈 용기만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 남북관계만이 얽히고설킨 한반도 트릴레마(trilemma)를 해결할 실마리이다. 양보는 조금이라도 나은 쪽이 먼저 실천하는 것이다. 북이 2025년 제9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만 있다면, 또 우리가 먼저 그리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열릴 것이고 결코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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