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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대방] '통일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등록일 2015-06-24
 
북한사회 연구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비판 섞인 질문이 한 가지 있다.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고 북한사회를 어떻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까?” 그래도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간접’으로나마 북한사회를 경험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 사업, 여행, 행사 등 다양한 목적으로 북한을 오고간 이들이 북한에서 보고, 들은 사실, 느낀 점 등을 ‘방북기’라는 형식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2001년에는 며칠 동안의 방북 경험이 아니라, 북한에서 무려 1년 여 동안 살았던 경험을 담은 ‘생활기’(『남한사람 차재성, 북한에 가다』, 아침이슬)까지 나와, 북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여줬다.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건설 현장에서 1997년 7월부터 1998년 7월까지 토목부 공무담당으로 일한 차재성은 그의 책 곳곳에서 평범한 북녘 사람들의 일상과 더불어, 남과 북 사람이 일상 속에서 왜 부딪치고 어색해했는지, 그리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친절히 들려줬다.
 
  “오늘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자유배식을 하려고 밥통을 내놓았는데, 왜 거부하고 배식해달라고 했습니까?” “중국 사람들이나 자기가 퍼먹지 우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강한 유교적 사고방식이거나 아니면 평등분배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류관에 오는 남쪽 사람들 대부분이 주로 구석자리를 찾고, 간이벽을 막아 보이지 않게 해 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상부에서 출입을 못하게 하는 줄로 봉사원들이 오해를 했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남쪽 사람들의 심성이 그들 눈에는 그렇게 비친 모양이다. 북한 사람들은 식당에서건 어디에서건 앞쪽 자리부터 채워 앉는다고 했다.
 
남북 주민이 서로의 가치관, 정서, 생활문화 등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공존하는 ‘사람의 통일’로 가는 길이 좀 더 수월해지려면, 위와 같은 이야기들이 남한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널리 알려져야만 한다. 최근 출간된 『개성공단 사람들』 역시 차재성의 책처럼 사람의 통일로 가는 길에 좋은 나침반이 될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부에서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개성공단에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으로 일했던 김진향이 구체적 자료를 근거로 개성공단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어준다. 예를 들어 ‘개성공단은 북한 퍼주기’라는 인식에 대해 “매년 1억 달러(임금, 세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투자해서 15~3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생산하고 가져오는 곳”, 따라서 “북측에 비해 우리가 몇 배는 더 많이 퍼오는 곳”이라고 해명하는 식이다.
 
이 책의 가치는 개성공단 남한 기업 주재원들과의 인터뷰가 담긴 2부와 김진향의 개성공단 일기를 묶은 3부에서 훨씬 더 빛을 발한다. 1부에 담긴 개성공단 약사, 관련 제도, 생산현황 등은 개성공단에 관심 있던 이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던 사실인데 비해, 2부와 3부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개성공단의 하루하루를 ‘제2, 제3의 차재성’이 생생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한 기업 주재원들과 김진향은 남과 북이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시종일관 강조한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바라볼 때 일상은 갈등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고, 반대로 다른 것을 다르다고 받아들일 때, 나아가 왜 다름이 생겼는지 이해하려 노력해야만 남북의 공존이 가능하다는 게 그들이 북한 사람들과 살면서 온 몸으로 얻은 교훈이다.
 
그런데 그들이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갖는 ‘독보회’ 시간입니다. 독보회는 신문을 비롯한 교양자료를 전체가 함께 모여 읽으면서 국가 정책과 시사문제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해주는 모임이에요. 언젠가 급히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날도 아침 독보회를 하고 있어서 “지금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큰 소리를 쳤더니 오히려 저에게 면박을 주더군요. “지금 당의 지령을 받고 있는데 몰상식하게 무슨 말씀을 하는 거냐?”고. 그래서 “아, 그런가? 몰랐다. 일이 긴박하니 답답해서 그런 거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다” 하고 말았죠.
 
이제 와서 말이지만 처음 개성에 갔을 때는 냄새 때문에 정말 미칠 뻔했어요. 북한에는 비누나 세제가 없어서 빨래를 해도 그냥 물에 담갔다 꺼내는 식이에요. 게다가 골초가 많아서 찌든 담배냄새까지 더해지니까 냄새가 정말 지독해요. 온수도 안 나오고 세제도 없으니 아무리 씻고 빤다고 해도 한계가 있죠. 하지만 그들이 위생관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건이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니까 이해하고 적응했죠.
 
그들은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해요. 제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없는데, 제 손을 보더니 "병신이네"이러는 거예요. 그 순간, ‘북한에서는 이렇게 말하는구나. 이게 바로 언어의 차이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말해줬죠. 남측에서는 ‘병신’이라 하지 않고 ‘장애인’이라고 한다고요.
 
우리 사회에는 개성공단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남한 기업의 활로를 여는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잘 보여주듯 오늘날 개성공단에서는 생산 활동 뿐 아니라 수 십 년 동안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남북 사람들이 어울려 지내면서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공동체라기보다는, 5만 명이 넘는 남북 사람들이 ‘사람의 통일’을 이루어가고 있는 ‘통일마을’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민족에게 개성공단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소중한 공간이다. 이 책 출간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개성공단 생활기가 쏟아져 나오기를, 그 덕분에 우리 민족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 낸 ‘통일마을’에 온 민족의 관심이 집중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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