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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대방]‘통일사상’의 흐름으로 본 한국현대사
등록일 2015-10-30
 
분단 70주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8·25합의’ 때 약속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사히 치러냈고 곧 이어 남북 당국 대화도 추진되고 있지만 그래도 오랜 분단이 끝나리란 기대를 갖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다. 학계를 돌아봐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학술행사가 많이 열렸다. 하지만, 학술행사는 대개 전문가들만의 행사로 끝날 때가 많았고, 일반 시민들이 넓은 역사적 시야를 가지고 우리의 분단사, 한국현대사를 조망하는데 도움을 줄 단행본은 올해 서점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통일담론의 지성사』는 이러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다.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이 올해 4월 펴낸 이 책은 논문 모음집이기는 하지만 전문도서보다는 대중도서에 가깝다. 저자들이 생경한 이론이나 개념을 나열하기보다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자기가 맡은 인물의 통일사상을 가능한 쉽고 명확하게 소개·해설하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모를 보면, 한 사람의 사상을 소개·해설하기에도 책 한 권이 모자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칫하다가는 주마간산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러 인물들을 한 권의 책에 함께 다루는 이점도 분명히 있다. 각 인물들이 공통으로 ‘통일’이라는 화두를 붙들고 씨름했지만, 주로 활동했던 시기는 달랐기에 한국현대사의 굴곡이 시기별로 통일사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게 해 준다는 점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8명이다. 먼저 「김구, 해방 후 건국노선과 평화통일 활동」에서는 김구의 건국노선과 평화통일노선을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저자에 따르면 김구는 생애 말년에 “한반도의 동족상쟁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건 부활을 꿈꾸는 ‘파시스트 강도 일본’ 뿐이며, 전쟁이 폭발하면 그 결과는 세계 평화의 파괴인 동시에 동족의 피를 흘려 왜적을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책 55쪽). 남북관계가 여전히 긴장된 상태에서, 일본의 군국주의적 행태는 날로 심해지는 요즘이라 그런지 이 말이 주는 울림이 유독 크다.

이어서 흔히 ‘냉전시대’로 불리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역사를 조봉암의 ‘평화통일론’과 장준하의 통일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직후 장준하가 썼다는 아래 문장과 그에 대한 저자의 평가다. 저자가 잘 지적하고 있듯이 이 문장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통일지상주의’로 비판받을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책 111쪽), 어찌 보면 통일지상주의보다 ‘통일비관주의’가 더 넓게 퍼져 있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두고두고 읽으며 곱씹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모든 통일이 좋은가? 그렇다. 통일 이상의 지상명령은 없다. 통일로 갈라진 민족이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민족사의 전진이라면 당연히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그 속에 실현될 것이다. (…) 지난 7월 4일 남북한공동성명이 발표되고 8월말과 9월초에는 적십자회담을 위하여 갈라졌던 동포가 27년만에 오고갔다. 민족적 양심에 살려는 사람의 지상과제가 분단된 민족의 통일이라고 할 때 어떻게 이 사실을 엄청난 감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는가? 말로 따지고 글로 적기 전에 콧날이 시큰하고 마침내 왈칵 울음을 떠뜨리지 않을 수 있으랴. 이것을 감상이라고도 하고 감정적이라고도 할지 모르지만, 이 감상, 이 감정 없이 그가 하나의 인간, 민족분단의 설움으로 지새워온 민족양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는가(장준하 「민족주의자의 길」 중에서, 책 103~104쪽).
 
‘탈냉전시대’의 대표적 통일사상가로는 문익환, 리영희, 강만길, 백낙청, 송두율 등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문익환, 통일운동과 통일사상」에서 저자는 문익환이 1989년 방북 때 김일성과 ‘8시간’ 동안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를 문익환 재판기록을 참고해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들려준다.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김일성의 생각이 탈냉전시대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책을 구해 대화 내용을 꼭 확인해보기 바란다.

책을 기획한 통일인문학연구단은 해방정국에서 좌우연합을 추진한 여운형과 김규식, 1960년대 이후 독자적인 통일론을 전개한 함석헌을 누락시킨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또한 각기 다른 지면에서 발표된 원고들을 모으다보니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미리 밝혔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전문연구자가 아닌 일반 독자 입장에서 볼 때 3분의 1 정도 글들은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게 쓰인 점도 문제다. 앞에서 “가능한 쉽고 명확하게 소개·해설하려 노력”했다고 평가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왕 대중도서로 기획했으니, 독자들이 좀 더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존 발표원고들을 다듬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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