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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상처 입은 현장에서 길어 올린 통일 사색-『비무장지대를 넘는 길』
등록일 2018-01-30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1월 25일) 아침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6도.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살벌한 맹추위지만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판문점 등을 돌아보는 DMZ 견학은 오늘도 계속된다. 어제 전국 각지에서 통일교육원에 찾아와 강의를 듣고 숙박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맹추위와 싸우듯 입김을 내뿜으며 DMZ행 버스에 오르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파주는 더 추울 텐데…. 힘드시겠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현장에 가는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분단과 전쟁은 우리 몸과 마음에만 상처를 입힌 게 아니다. 분단과 전쟁을 겪은 한반도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그래서 DMZ 견학은 통일교육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상처 입은 현장에서 상처를 아물게 할, 그리고 다시 상처 입지 않을 지혜를 찾아보자는 게 DMZ 견학 취지다. 통일교육원에서 일하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DMZ 견학에 동행하는데, 동행인들은 견학 내내 수많은 질문을 해 온다. 통일교육원 교수라면 이쯤은 알고 있지 않겠냐는 듯 DMZ의 역사, 지리, 인문, 생태, 미래까지 전 방위 질문이 쏟아진다. “저 봉우리 이름이 뭔가요?”라는 질문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 그 덕분에 DMZ 관련 책이라면 평상시 눈에 띄는 대로 읽어두는 편이다. 필요한 내용은 가능한 외우고 외울 자신이 없을 때는 휴대폰에 메모라도 해 둔다.
 
이 책 『비무장지대를 넘는 길』은 그렇게 읽었던 책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책이다. 다른 책들이 한반도 DMZ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책은 한반도와 독일의 분단선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분단과 통일에 대한 우리의 사색을 좀 더 풍부하게 해 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와 임진각 평화누리를 함께 소개하며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삼은 예술을 논한다. 또한 “엘베강의 약 100㎞ 구간이 분단선에 포함되었던 것과 달리, 남북한 간 MDL은 강을 따라 길게 설정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MDL이 남북으로 흐르는 강을 상류와 하류로 자르는 형국”(202~203쪽)이라면서, 이러한 차이 때문에 남북한은 동서독과 달리 통일 전에도 활발히 하천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를린장벽과 한반도 군사분계선의 길이 숫자가 단위(베를린장벽은 ㎞, 한반도 군사분계선은 마일)가 다를 뿐 똑같이 ‘155’라는 사실, 분단 도시였던 베를린과 분단 강원도의 상징 동물이 똑같이 ‘곰’이라는 이야기 등도 흥미롭게 읽힌다. 특히 강원도에 속한 ‘동부 접경지역’을 통일 이전 교류 중심지로 삼아 보자는 주장을 읽다 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참가, 원산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 같은 최근 남북교류 이벤트가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다.
 

     “동부 접경지역은 서부 접경지역보다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한 공히 정치적 안보와 군사적 안보 면에서 상대적으로 덜 취약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 통일 이후를 고려하면 접근 용이성이 중요하겠지만 통일 이전의 긴장관계를 고려하면 상대방 위협으로부터 덜 취약해야 한다는 점도 교류 장소 결정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 적절한 정도로 격리되고 적절한 정도로 접근 가능한 지역이 통일 이전의 교류 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92~95쪽).
 

저자는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과 파주 도라산역을 함께 소개한 장에서 “통일되지 않더라도 남북한의 철도만 연결된다면 중국횡단철도나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한반도는 통일 독일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한반도 통일과 독일 통일은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240~241쪽)고 환기시켜 주기도 한다.
 
오늘 파주 통일대교에서 펼쳐진 광경은 이러한 ‘연결’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고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북측 평창올림픽 선발대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통일대교를 넘어 남쪽으로 왔다. 북측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곧장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으로 내려가 올림픽 최초로 꾸려진 남북 단일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몇 시간 뒤 통일교육원에서 출발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통일대교를 넘어 ‘대륙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인 도라산역으로 갔다. 선생님들은 도라산역에서 통일 한반도와 통일 독일이 연결되는 ‘머지않은 미래’를 그려볼 것이다. 동서독 경계처럼 남북한 경계도 ‘상처와 절망의 현장’에서 ‘치유와 희망의 현장’으로 하루빨리 거듭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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