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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우리는 그 길을 언제쯤 달릴 수 있을까?『한반도를 달리다』
등록일 2018-06-29




대한민국 국민은 좀처럼 가기 어려운 곳인데 외국인은 비교적 쉽게 가는 모습을 보며 부러운 마음 들 때가 많다. 북한 말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까지 특히 많이 부러웠던 이가 있다. 몇 년 전에 분단 이후 처음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뉴질랜드 사람 로저 셰퍼드다. 그가 비록 휴전선을 걸어서 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외국인이 첫 백두대간 종주를 해내는 걸 보면서 남북대결이 여러모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 덕분에 애정 어린 질투 대상이 몇 명 더 늘었다. 이들도 뉴질랜드 사람들이다. 이쯤 되니 뉴질랜드인과 우리가 전생에 어떤 인연이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쓴 개러스 모건과 조앤 모건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모험가 부부다. 모건 부부는 2001년 인도 히말라야 투어를 시작으로 모터사이클 세계여행에 나섰고 2013년에 이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이들의 마지막 여행지는 바로 분단된 한반도였다.
 

     북한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그리고 남북한을 분할하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한반도의 발끝까지 간다면? 오토바이를 타고 비무장지대를 통과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북한에서 바이크를 타고 달리는 상상을 하면…(16쪽)
 

모건 부부가 이런 상상을 처음 한 건 2006년이다. 이들은 이후 무려 7년 동안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마침내 2013년 8월 16일에 두만강 다리를 건너 북녘에 들어섰다. 나진에서 청진, 청진에서 백두산, 백두산에서 함흥, 함흥에서 원산, 원산에서 평양, 평양에서 묘향산, 묘향산에서 평양, 평양에서 판문점으로 달려온 모건 부부 일행의 모터사이클은 8월 29일에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남녘을 밟았고, 서울에서 속초, 속초에서 완도, 완도에서 제주도 한라산까지 한반도 전역에 바퀴자국을 새겼다. 이들이 애당초 “완전히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비무장지대 통과에 성공하는 장면, 우리 민족이 분단으로 입은 상처의 치유를 진심으로 기원해주는 장면 등은 몇 번이고 다시 읽어도 감동적이다.
 

     DMZ를 건너는 길 마지막 300미터는 우리 중 누구도 라이딩을 해본 적 없는 가장 외로운 길이었다. 우리가 다가가자 두 명의 미국 군인과 다른 두 명의 뉴질랜드 군인이 보였다. 미국인들은 미소를 짓기에는 너무 무관심해 보였지만, 키위 군인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듯 보였다. 우리는 악수를 하며 서로의 등을 다독거렸다. 결국 우리가 세계 최초로 이 일을 해낸 것이다. (…) 출발하면서 북한 동료들이 서 있는 곳을 뒤돌아봤다. 우리는 손을 흔들었고, 그들도 열심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우리 눈에 눈물이 다시 솟구쳤다. 그리고 우리는 모퉁이를 돌아 그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모든 가능성을 두고 보더라도 이것이 우리가 그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일 것이다. 이 부조리한 냉전의 마지막 장벽이 우리 생전에 없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237~238쪽)
 
     개러스가 숨을 헐떡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압도하고 있는 고도와 노력만큼이나 큰 감정이었다. 그는 불가능한 꿈이 될 뻔했던 계획이 실현되기 일보 직전에 와 있었다. 우리는 개러스의 주머니에서 덜그럭거리는 백두산 돌을 꺼낼 때마다 사람들이 보인 반응 속에서 그들의 진정성이 분출되는 것을 보았다. 한반도와 한국인의 마음에 새겨진 깊은 상처를 치유해 주기 위해 마음속으로 품어 왔던 그들을 위한 의식을 완성하기 바로 직전이었고 우리는 숙연해졌다. 눈물이 개러스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 개러스는 지난 몇 주 동안 계획한 의식을 수행했다. 그는 백두산과 한라산 돌을 모아서 일부를 분화구 호수를 향해 던졌다. 나머지는 천으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그는 한반도 위기의 종말과 남북한의 평화 공존을 가져올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각의 돌 한 쌍씩을 선물하려는 계획을 품어 왔다. 남북한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중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에게 말이다. 데이브는 자신만의 의식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는 백두산의 개울물을 보온병에 담아 왔는데, 그 북한에서 온 물로 한라산에 세례를 했다.(276~280쪽)
 

이처럼 감동적인 장면들은 거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북한 당국자인 “미스터 황”과 “미스터 백”도 그들 중 하나다. 모건 부부 일행의 북녘 여행을 함께 준비하고 여정 내내 동행했던 이들은 도로들이 바이크가 다닐만한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전 경로를 돌며 체크했고, 문제가 있는 곳은 임시방편을 해 두었다고 한다.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은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직접 언급했는데, 때마침 오늘 판문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남북은 6월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도로협력 분과회담에서 8월 초부터 경의선을 시작으로 북측 도로 현대화 사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모건 부부 일행이 달린 북녘 도로를 남북의 바이크와 자동차가 함께 달릴 날도 멀지 않은 셈이다. 모건 부부 일행이 먼저 달렸던 그 길을 우리는 언제쯤 달려보게 될까? 로저 셰퍼드가 먼저 걸었던 백두대간을, 고성에서 금강산으로 DMZ를 걸어 넘으며 종주하는 날은 언제쯤일까? 때로는 부러움이 실천의지를 키워주기도 한다. 평화통일을 향해 정진해야 할 우리에게 이 책은 유쾌하고 감동적인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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