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 민추본 소개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만의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ߺ(newsletter)

지대방 -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 추진본부에서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제목 [서평] 다음 세대는 ‘닫힌 섬’이 아니라 ‘열린 반도’에서 살기를『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
등록일 2018-10-30





먼저 자기반성부터 해야겠다. 요즘 강의 때 ‘역사를 산다는 것’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지금 이 순간만 생각하고 사는 건 역사를 사는 게 아니라고. 역사를 산다는 건 선대와 나, 후대를 함께 떠올리며 선대로부터 받은 것과 후대에게 물려줄 것을 생각하며 사는 것이라고. 19세기 이래로만 좁혀보면, 1세대는 우리에게 독립과 해방을 안겨줬고, 2세대는 우리에게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움을,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선물했다. 그렇다면 3세대 쯤 되는 우리가 후대에게 줄 수 있는 건 뭘까? ‘평화롭고 하나 된 한반도’ 아닐까?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나는 꼭 해야 할 일을 안 했다. 앞으로 후대들이 평화‧번영을 함께 이뤄나갈 북녘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도움 될 책 한 권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책 『다음 세대를 위한 북한 안내서』를 보자마자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건 이런 사정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다음 세대’의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으로 책을 열고 닫는다는 점이다. 1부 ‘대륙으로 이어졌던 길을 따라’는 ‘닫힌 섬’에서 살다 보니 잊고 지냈던 ‘열린 반도’의 과거를 조선에서 청나라로 가던 사행단의 길,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대륙으로 갔던 김구의 길, 나라 없는 설움을 삼키며 베를린을 향해 갔던 손기정‧남승룡의 길을 소재로 상기시켜준다. 1부가 선대들이 어떤 마음으로 대륙을 오고 갔을지 상상하게 한다면, 책의 마지막 5부 ‘함께 여는 남북의 미래’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미래가 가능할지를 상상하게 해 준다.

       “평화와 교류‧협력 상태가 오래 진행되는 것이 ‘사실상의 통일’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럽 국가들처럼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가 며칠 머무르면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친근한 이웃이 생기게 됩니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백팩을 메고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서 그 유명한 옥류관 냉면을 먹고 오는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도 있고, 여름방학 때 가족들과 서늘한 개마고원에서 캠핑을 즐길 날도 온다면 말이지요.”(164쪽)
 
책의 2부 ‘처음 만나는 북한의 이곳저곳’, 3부 ‘북한의 십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4부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는 북한과 평화‧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다음 세대’가 알면 좋을 북한사회, 북녘 사람들에 대한 지식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북녘의 유명한 산과 강과 도시들, 북녘 청소년의 학교생활과 대학 입시, 음식 문화와 여가생활, 남북 언어 차이, 김정은 시대 농업‧공업 개혁이 초래한 경제적 변화, 김정은 시대 추진되는 교육개혁 내용 같은 알찬 지식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전달해준다. 이 책 저자는 남북의 ‘다음 세대’가 앞으로 함께 어울려 뭔가를 하려면 어떤 지식이 꼭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남북 관계가 어떤가에 따라 우리가 사는 곳이 ‘닫힌 섬’이 될 수도, ‘열린 반도’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북한과 잘 지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잘 지내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의 체제가 어떤 건지, 북한의 주장이 뭔지 같은 것만이 아닙니다. 북한에는 어떤 산과 강이 있고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같은 시시콜콜한 것도 포함됩니다. 친구를 사귈 때 친구의 주장뿐 아니라 취미나 습관, 가족 관계에도 관심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외국 여행 안내서에 그 나라의 역사와 풍습,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소개돼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겠지요.”(5쪽)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이 책의 미덕은 ‘북한 현대사 장면들’, ‘남북 관계 주요 장면’, ‘전쟁과 대결, 반목과 화해가 되풀이되다’, ‘북미 적대의 역사 70년’ 같은 제목 아래 북한 현대사, 남북관계사, 북‧미관계사의 흐름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이다. 각각 짧은 지면에서 간단히 소개할 수 없을 것 같은 역사들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주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어느 새 분단 이후 한반도 역사가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물론 많은 지식을 담고 있다 보니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도 조금은 보인다. 예를 들어 현재 북한 청소년들이 고급중학교 1학년 때 가입하는 조직 이름은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71쪽)이 아니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다. 또한 1980년대 중반부터 배급 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자 북한 정부가 ‘농민 시장’으로 불리던 간이 시장을 허용했다고 적었는데(114쪽) 이미 농민시장은 1950년대부터 허용돼 있었다. 이 두 가지 사소한 실수를 빼면 이 책에 담긴 알찬 지식은 거의 대부분 사실들이다.

끝으로 한 마디. 이 책은 나보다 중학생 딸이 먼저 읽었다. 구매해놓고 며칠 동안 책상 위에 뒀었는데, 아내가 살펴보곤 중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딸에게 읽기를 권했단다. 덕분에 평소에 딸에게 하고팠지만, 어떻게 눈높이를 맞출지 몰라 미뤄 뒀던 북한 이야기, 통일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 할 수 있었다. 한 집에 같이 사는 ‘다음 세대’에게 급변하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북한사회에 대해 뭔가 이야기 하고픈데 요령 있게 말할 자신은 없는 이 땅의 부모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동지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렇게 쉽고 알차고 도움 되는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 준 저자와 출판사에 깊이 감사드린다.



 
다음글
이전글 [서평] ‘2020년’에 진짜로 판이 바뀔까?『담대한 여정』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