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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김진숙 지음,『평화의 아이들』, 북루덴스, 2018./ 이향규 지음,『후아유』, 2018.
등록일 2019-04-30




이번부터는 한 번에 두 권의 책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책 두 권을 각각 나누어 소개글을 쓰는 게 나을까, 아니면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두 권을 묶어 하나의 글로 소개하는 게 나을까 생각하다가 후자를 택했다. 이 소개글을 읽는 독자가 두 권 중 한 권을 골라서 읽기보다, 두 권 모두를 구해 읽기를 바라는 마음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두 권을 관통하는 주제는 ‘평화롭게 번영하며 통일로 가는 한반도’에서 살아갈 한반도 사람들의 ‘건강’이다.

 
  

먼저 『평화의 아이들』은 부제목 그대로 ‘북한 어린이와 함께한 남북 의료협력 16년의 기록’이다. 책을 쓴 김진숙은 1990년에 약대를 졸업하고 10년 동안 구로동에서 노동자와 지역 주민 건강 지킴이로 지내다가 2001년부터 북한 아이들의 건강 지킴이로 변신했다. 김진숙이 구로동 주민 건강 지킴이에서 북한 아이들 건강 지킴이로 삶의 방향을 바꾼 계기는 2001년 한 미국 봉사단체에서 느낀 ‘부끄러움’이다. 이날 단체 실무자는 김진숙에게 ‘한국 아이들’처럼 생겼지만 “아주 마르고 눈이 퀭하니 들어간 아이들” 사진을 보여 줬다. 저자가 “이 아이들이 누군가요? 왜 이렇게 말랐죠?”라고 반문하자, 이 실무자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 아이들이 누구인지 정말 모릅니까? 코리언이에요”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사진 속 아이들은 ‘고난의 행군기’ 북녘 아이들이었고, 이 실무자는 “같은 코리언끼리 서로의 사정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이다.

이 날의 경험으로 “북한의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김진숙은 2002년부터 대북지원 민간단체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책에는 이후 몇 년 동안 북한 제약공장에 원료의약품을 보내 매일 북한 아이들에게 비타민 10만 정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엑스레이, 초음파, 심전도기 같은 필수 의료장비를 지원해 평양 구역병원들의 현대화를 돕고, 북한 호담당의사들이 들고 다닐 왕진가방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겪은 난관과 기쁨 등이 생생히 적혀 있다. 2006년부터 저자는 보건복지부에 북한 전문가로 채용돼 당국 차원의 남북 보건의료 협력사업을 이끌어나갔다. 개성공단 남측 진료소가 이른 새벽 출동해 연탄가스에 중독된 개성 주민을 구한 일, 신종플루 퇴치를 위해 북한에 치료제를 지원한 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도 계속된 북한 영유아‧산모 지원, 풍진 백신 지원 등을 보다 보면 ‘사람 살리는 일’,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에는 ‘분단선’이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김진숙의 책이 북한 사람들 ‘몸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분투기라면, 이향규가 지은 『후아유』는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한국사회 이주민의 ‘마음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분투기로 읽힌다. 영어로 ‘Who are you?’, 우리말로는 ‘너는 누구?’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대화에는 대부분 묻는 이의 선입견과 편견, 답하는 이의 난처함, 자기 성찰 등이 뒤섞여 있다. 한국사회 원주민은 북한이탈주민을 포함한 한국사회 이주민에게 끊임없이 ‘너는 누구?’라고 묻고, 한국사회 이주민은 이 질문 앞에서 종종 ‘마음의 건강’을 잃곤 한다. 저자 이향규는 국가청소년위원회의 무지개청소년센터,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한양대학교 글로벌다문화연구원에서 다문화 청소년, 결혼이주 여성, 북한 출신 이주민들은 만나 이들의 자활을 돕는 활동가이자 연구자로 살아가며 ‘너는 누구?’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대화를 탐구해왔다. 그렇다면 한국사회 원주민은 한국사회 이주민을 ‘누구’라고 생각해야 할까? 반대로 한국사회 이주민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해야 할까? 한국사회에서 이 화두를 풀기 위해 오랜 고민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2016년부터는 영국으로 이주해 본인 스스로가 이주민이 되면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시간을 거쳐 온 저자의 대답은 이렇다.
 
          북한 출신 청소년이든 다문화 청소년이든 나를 포함해서 그 누구든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그를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집단’이 아니라 ‘지금’ 도움이 필요한 ‘개인’으로 보는 것이다. 불쌍하고, 차별받고, 잠재적으로 위험하기도 한, 그러면서 동시에 통일의 역군이나 글로벌 인재이기도 한 집단의 일원이 아니라, 삶의 어느 순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한 개인으로 봐 주면 좋겠다(237~238쪽).
 
저자 역시 영국에 막 이주해 집 공사를 했을 때 그곳에 먼저 정착한 북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한국사회에서도 “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북한 사람과 지원해 주는 남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독립적인 개인으로 살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부분을 읽으며 2007년 10‧4선언에 담은 남북 경제협력 원칙 ‘유무상통(有無相通)’이 새삼 떠올랐다. 향후 남북 교류‧협력이 활발해졌을 때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우월감을 과시하기보다는, 또는 어느 한 쪽의 정체성이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과 처지에 맞게 가진 것을 주고 없는 것을 받으며, 세상에는 원래 그런 것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는 생각을 나누며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한반도 사람들의 ‘마음의 건강’을 잘 지켜낼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인천공항공사 검역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진숙은 『평화의 아이들』 끝부분에 “직업병의 발동으로” 떠오른 ‘행복하고 감사한 상상’ 한 가지를 적었다. 남북 당국이 합의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가 완료됐을 때 “서울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평양역이나 청진역에 도착한 방문객들을 북한은 어떻게 검역할까? 거꾸로 북경에서, 베를린에서,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서울역과 부산역에 도착한 관광객들을 우리는 어떻게 검역하지?” 김진숙이 행복하게 고민 중인 ‘몸의 건강’을 지키는 검역에는 충분한 장비와 적절한 제도 등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검역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남한 사람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만났을 때 각자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래서 『평화의 아이들』 과 『후아유』는 꼭 함께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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