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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최재영 지음,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가갸날, 2018.
등록일 2019-05-30



 

 
이 소개글의 제목은 바로 이 책의 부제목이다. 개인적으로 ‘이건 모르셨죠?’라고 묻는 이보다 ‘이것도 아시나요?’라고 묻는 이에 더 호감을 느끼는 편이다. 전자 같은 질문을 받으면 물어본 이에게 가르침만 받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후자 같은 질문을 받으면 ‘교학상장(敎學相長)’, 곧 물어보는 이와 내가 서로 가르치며 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북녘’에 대해서만큼은 후자처럼 질문하기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걸 전제로 해야 ‘이것도 아시나요?’라는 질문이 성립할 것 아닌가.

북한사회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사람이라 북녘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제법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자부심이 부끄러움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처음 접하는 정보, 처음 알게 된 사실 등이 정말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책 덕분에 최근 북녘에서 유행한다는 ‘나래카드’, 그리고 북한사회 ‘환율’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래카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뒤 미리 충전해 둔 액수만큼 결제하는 일종의 직불카드다. 저자가 북녘에 머물 때 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식대를 계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고객의 30% 정도가 나래카드를 사용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외국인의 경우 공식 환율을 적용해 미화 1달러 당 북한 돈(‘국돈’이라고 부름) 130원 정도를 나래카드에 충전해준다. 이에 비해 북한 주민이 미화 1달러를 지불하면 실제 환율(시장 환율)을 적용해 7,000원 정도를 충전해준다. 따라서 기본요금이 2㎞에 2달러인 평양 택시를 탈 경우, 외국인이 나래카드로 결제하면 260원이 빠져 나가지만, 내국인의 경우는 14,000원이 빠져나가는 셈이 된다. 최근 북한사회의 실제 환율은 1달러 당 8,000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평양 지하철 요금이 2원에서 2010년에 5원으로 인상됐다고 알려주고, 평양의 주요 대중교통인 무궤도전차 요금은 5원이라고 알려준다. 이 정보들을 종합해보면, 평양에서 2㎞ 정도를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내국인은, 그렇지 않은 내국인이 지하철이나 무궤도전차를 무려 3,200번이나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평양 택시 숫자는 2014년 초 500대에서 2017년 1,700여대 정도로 급증했다는데, 그만큼 구매력 있고, 개인적 편의를 추구하는 평양 시민이 늘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평양호텔 커피숍의 아메리카노는 380원, 팥빙수는 500원, 루이보스, 얼그레이 같은 차 종류는 350원이라고 한다. 따라서 외국인이 38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나래카드로 결제하면 미화 3달러 정도를 지불한 셈이 된다. 최근 만난 미국인에게 물어보니 미국 뉴욕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가격도 3달러 정도라고 알려줬다. 결국 외국인은 평양과 뉴욕에서 거의 같은 값을 지불하고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 달러를 나래카드에 충전한 내국인은 0.1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평양호텔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셈이 되니, 이 정보만으로도 북녘에서 달러가 지닌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북한 통신사 ‘고려링크’에는 아직 해약이나 해지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북한에서 고려링크 심카드를 구입해 한번 등록하면 북한을 떠난 후에도 매달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사실, 2013년 말 평양시 사동구역에서 개장한 미림승마구락부(승마장)가 원래 조선인민군 소속 ‘534기마부대’ 주둔지였고 1인당 입장료는 2.9달러, 1시간 승마 비용은 33.4달러라는 사실(이 비용을 북한 국돈으로 환산해보면서 남녘에서든 북녘에서든 승마는 역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농수산대학 박광호 교수가 2005년부터 3년 동안 한민족복지재단 후원으로 기계 값이 대당 천만 원에 이르는 직파기를 다섯 대 씩 북한 협동농장 두 곳에 무상 제공해 직파농법을 전수했고, 북한 협동농장원들이 감사 표시로 햅쌀 5톤을 인천항으로 보내줬다는 사실, 얼마 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가 ‘서울 지하철’을 가장 좋은 시스템을 갖춘 세계 1위 지하철로 선정했고 ‘평양 지하철’은 9위로 선정했다는 사실, 이전에는 외국인에게 보안상 문제로 평양 지하철 부흥역에서 영광역까지만 부분적으로 개방하다가 2014년부터 모든 역을 개방하고 전동차를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 북한의 박덕수(마르코), 홍도숙(테레사) 부부가 1988년 바티칸에서 교황 요한 바오르 2세를 직접 알현했고, 교황청 배려와 북한 당국 승인 속에 박덕수가 교황청에서 설립한 ‘우르바노 대학교’에 입학해 1년 가까이 공부했다는 사실 등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또한 고구려 시기 창건된 평양 9사(寺) 중 하나라는 광법사, 동명왕릉 입구에 자리 잡은 정릉사, 가곡 ‘성불사의 밤’으로 잘 알려진 사리원 정방산 성불사 방문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특히 북녘 사찰 방문기 끝에 “남측 조계종에서 금강산 신계사를 복원하였으며, 천태종에서는 개성에 있는 영통사를 복원하였다. 남북 불교 간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공동 불사가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적어 놓은 부분을 읽으며, 저자가 참으로 열린 마음을 가진 이라는 생각도 해 봤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 최재영은 현직 ‘목사’다.

이 책에는 앞에서 소개한 정보와 사실 외에도 북녘의 우표 문화, 재북 인사들의 묘지 이야기, 갈수록 늘어나는 평양 거리의 교통용 CCTV, 옥류아동병원, 평양산원, 고려의학과학원 등을 통해 본 북녘 의료실태, 북녘 교회와 성당 이야기 등 북한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정보와 사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이라고 가르쳤다. 이 가르침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해주는 정보와 사실을 이전까지 몰랐다고 너무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북녘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인정한 순간이 바로 북녘을 제대로 아는 길에 들어서는 순간일 테니까. 물론 그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자. 이 책은 당신에게 좋은 길동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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