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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박계리 지음, 『북한미술과 분단미술』, 아트북스, 2019.
등록일 2019-09-02




 
 
비유하자면 북한사회는 집주인이 속을 잘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집인 동시에,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든 속속들이 알아나가야 할 집이다. 한편, 분단은 너무 오랜 시간 지속된 탓에 어떤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둔감해진 현실인 동시에,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우리가 끊임없이 자각해야 할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사회라는 집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고, 분단이라는 현실을 자각할 수 있게 해 주는 ‘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박계리의 『북한미술과 분단미술』은 바로 ‘미술작품’이라는 창을 통해 북한사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 주고, 분단의 아픔을 잊지 않게 해 주는 책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창은 영화, 드라마, 문학, 음악 같은 예술장르였는데,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미술이라는 또 하나의 창을 갖게 됐다. 저자가 책 1부에서 ‘북한 미술’을 소개하는 건 “한반도의 평화는 남과 북의 사람들이 얼마나 서로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책 2부에서 ‘분단 미술’을 소개하는 건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분단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얻게 된 분단 트라우마가 내 안에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술작품’이란 “언어로 사고하는 작가의 생각을, 색채와 선과 형태로 표현하는 시각미술”이다. 저자가 1부 가장 앞부분에서 김일성 가계 우상화 관련 미술작품을 소개한 걸 보면, 아마도 저자는 북한 미술작품에 담긴 핵심 생각이 바로 김일성 가계의 위대성이며, 이러한 양상을 북한 미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여기는 것 같다. 저자가 김일성 가계의 위대성 다음으로 주목한 “작가의 생각”은 인민의 위대성이다. 북한사회에는 난관 속에서도 당과 국가의 요구에 충실했던 인민을 표현한 미술작품들이 많다. ‘전후 40일 만에 첫 쇠물을 뽑아내는 강철전사들’, ‘지난날의 용해공들’, ‘난관을 뚫고’ 같은 작품에 대한 저자의 해설과 평가를 따라 읽다보면 북한사회가 지나온 시간의 한 단면, 그러니까 좌절의 역사와 공존하는 ‘성취의 역사’가 머리에 들어온다.
 
이어서 저자는 “북한미술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내용과 위대한 사상을 체현하고 있는 작품이라도 정서적으로 표현되지 못하면 진정한 예술작품이라 할 수 없다고 논하고 있다”며 ‘서정성’을 잘 드러낸 작가들을 소개한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한사회에 많이 알려진 정창모, 선우영을 포함해 리석호, 김승희, 한상익, 최근술, 문학수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인민의 미적 견해와 태도에 의해 정서적으로 체험된 자연을 묘사하라는 북한 당국의 ‘공식’ 풍경화론을 북한 미술가들이 어떻게 수용했고 또는 어떻게 반발했는지 읽다 보면, 인류사에서 예술과 정치가 맺어온 오래된 긴장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이 밖에 “북한 사회가 구축된 지 70년이 지나면서 김일성‧김정일을 형상화 한 작품을 비롯한 주체미술의 기념비적 작품이 세월의 눈비 속에 점차 퇴색되어 화폭의 생동성을 잃기 시작하자, 불변색 안료 제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문제”가 됐고, 결국 작가들이 천연 돌가루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보석화’, 영구성이 강한 모자이크 벽화 ‘쪽무이 그림’ 등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는 북한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북한사회에서도 우치선, 임사준 같은 작가들이 고려청자의 전통을 복원하거나 현대화하기 위해 애 쓰고 있다는 얘기를 읽다 보면 남북 미술가들이 도자기 가마에서 함께 작업하는 미래가 그려지기도 한다.
 
책의 2부는 일반인들에게 북한 미술 이야기만큼 낯설지만 분단 극복을 위해서는 결코 가볍게 들을 수 없는 ‘분단이 만든 미술’ 이야기다. 저자는 ‘꽃으로 위장한 군인들’의 대치를 통해 정전시대 한반도를 이야기한 영상, 군인들의 내면에 억압된 공포감과 불안정한, 연약함, 그리고 이러한 감정과 공존하는 태연함과 무관심을 주로 담아낸 오형근의 ‘군인’ 연작 사진, 나지막한 뒷산 언덕 벙커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 있는 군사시설물을 다룬 영상, 미술관에 설치한 ‘전쟁 파병 인증샷’ 찍기 공간 등을 통해 우리 안의 분단 트라우마 자각을 돕는다. 이어서 저자는 분단의 물리적 상징, 곧 DMZ로 시선을 돌려 작가들이 DMZ 관련 사진, 퍼포먼스, 가상현실, 테라코타 등을 통해 표현해 낸 평화 열망을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2부 후반부에서는 한편으로는 분단으로 비롯된 다양한 ‘경계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지를 탈북 화가 ‘선무’(‘선이 없다’는 뜻으로 화가가 지은 가명), 일제 강점기 연해주에서 태어나 1950년대 초반까지 북한에서 활동하다 러시아로 돌아간 뒤 끝내 북한 땅을 밟지 못한 화가 변월룡, 월남 화가 김학수와 박고석, 탈북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상 등을 통해 알려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은 많지 않지만 의미 있는 남북 공동 작업 사례들을 소개하며 경계선 없는 한반도를 꿈꾸도록 해준다.
통일교육을 위해 파주에 자주 가는 편인데 이 책 덕분에 다음에 파주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하나 생겼다. 바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다. 이 성당 제단 위에는 예수 그리스도와 남북한 성인 여덟 명이 함께 그려진 대형 모자이크화가 있는데, 이 모자이크화는 북한 만수대창작사 공훈예술가들이 서울에서 보낸 밑그림을 가지고 압록강변 단둥 근처 시골마을의 작은 체육관에서 40일 간 제작했다고 한다. 남북 합작 미술작품인 셈이다. 만약 저자가 이 책의 후속 저작을 낸다면 그 책은 ‘참회와 속죄의 성당’ 모자이크화처럼 ‘평화와 통일이 만든 미술’ 이야기로 온전히 채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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