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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을 함께 할 책들
등록일 2020-01-30

 
 
지난 1월 7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를 듣다가 유독 마음에 새겨진 말들이 몇 개 있다. 지금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이라는 평가가 그랬고,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다짐도 그랬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접경지역 협력을 제안하며 했던 말,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이런 인식이야말로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인식이 아닐까.’ ‘남북이 서로를 위협하지 않고 생활의 터전을 함께 보살펴나가다 보면 한반도 평화도 성큼 다가오지 않을까.’ 문 대통령 신년사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해 봤었다.
 
이 기억을 다시 떠올린 건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을 “국가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정치적 문제”로 규정했고(1월 29일 『로동신문』),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 입국을 중단했다는 보도도 있다. 말 그대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중인데,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지난 해 소개했던 책 『평화의 아이들: 북한 어린이와 함께한 남북 의료협력 16년의 기록』을 다시 찾아 봤다. 이 책에는 2000년대 초·중반 남과 북이 함께 한반도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협력했던 미담이 가득한데, 특히 2007년 12월 개성에서 열린 남북 보건회담 합의문 3항 “남과 북은 전염병 통제를 위한 백신, 치료제 등을 제공하며 전염병 퇴치를 위해 남북 간 공동 노력 및 실태조사 자료를 교환하기로 하였다”가 최근 상황과 관련해 눈에 띄었다.

 
 
안타깝게도 이 합의는 그로부터 12년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남북 정상이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 “남과 북은 전염병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고 또 다시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 1월 현재 남과 북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각자’ 맞서 싸우는 중이다. 위 책의 저자 김진숙이 2018년 봄 남북 화해·협력 재개를 바라보며 했던 “고민과 상상”은, 지금처럼 남북 방역 협력 ‘제로’인 상황에서 듣기에는 너무 앞서나간 “고민과 상상” 같지만, 그래도 남과 북이 왜 ‘생명공동체’인지를 뚜렷이 일깨워준다.
 
          나의 고민과 상상은 끝날 줄을 몰랐다. 철도와 도로가 완성되어 경의선을 타고 동해선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에서 출발해 평양역이나 청진역에 도착한 방문객들을 북한은 어떻게 검역할까? 거꾸로 북경에서, 베를린에서,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서울역과 부산역에 도착한 관광객들을 우리는 어떻게 검역하지? 지금까지 군사분계선을 넘는 검역은 남북 간 문제였지만 이제부터는 어느 나라에서 출발했느냐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은 동물인플루엔자(AI)의 인체감염 오염 지역이므로 중국에서 출발해 평양을 경유하여 서울에 입국하는 경우 검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김진숙, 『평화의 아이들』, 256쪽).
 
오랜 시간 대륙과 해양 사이 터전에서 함께 생활해왔던 생명공동체가 남쪽은 대륙과 단절된 채, 북쪽은 해양과 단절된 채 ‘따로’ 살아나가게 된 역사적 기원이 일제 강점이라면, 한국전쟁은 한반도 분단과 남북대결을 고착화시켰다. 따라서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등에 대한 성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실천하는 이들에게는 필수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박시백의 『35년』과 이향규의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꼭 다시 챙겨 읽어야 할 책이다. 『35년』은 1910년 8월 29일 국권 피탈에서 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일제 식민지 35년 역사를 다룬 작품으로, 2018년 12월에 독자들에게 소개할 때만 해도 작가가 계획한 총 7권 중 한‧일 강제병합 이후 일제의 무단통치, 식민지 초기 조선인의 삶과 국내외 저항을 다룬 1권(1910~1915), 3‧1혁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을 다룬 2권(1916~1920), 일제 통치 방식 변화, 국내외에서 본격화된 무장투쟁‧의열투쟁‧대중투쟁 등을 다룬 3권(1921~1925)이 간행된 상태였다. 당시 필자는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그가 작업 중인 나머지 총 4권이 하루라도 빨리 출간되기를 목 빼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적었는데, 마침내 2019년 5월에 조선공산당과 신간회 조직, 광주학생운동, 노동·농민운동 등을 다룬 4권(1926~1930), 일제의 만주침공과 만주무장항쟁, 임시정부의 활약과 이봉창·윤봉길 의거 등을 다룬 5권(1931~1935)이 간행됐으니 일독을 권한다.
 
 

『35년』이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우리가 ‘함께’ 고생하고 ‘함께’ 싸워 왔던 사이라는 사실을 남북 모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면,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누군가의 아들, 제자, 선배, 친구, 형, 동생이었던 ‘평범한 사람들’에게 전쟁이 얼마나 크고 깊은 상처를 안겨 주는지를 담담하게 깨닫게 해 준다. 정리하자면, 두 책은 일제 강점기 이래 우리는 안팎에서 상처 입은 ‘생명공동체’였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책이다. 안타깝게도 2020년 1월 현재 남과 북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생활의 터전을 함께 다져나가는 온전한 생명공동체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고의 시간”도 이처럼 좋은 책들과 함께라면 견뎌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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