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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평] 김덕우·이소영 글, 유난희 그림, 박영자 감수, 『남북탐구생활 1, 2』, 미래엔, 2018.
등록일 2019-09-30


 
       

한반도 평화·통일로 향한 발걸음을 떼는 건 어른들의 몫일지 몰라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완성하는 건 결국 아이들의 일이 될 것이다. 분단과 대결의 시간이 길었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기에 한반도 평화·통일은 점진적·단계적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뜻 있는 어른들은 평화·통일에 매진하는 한편, 앞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시대를 살아가 아이들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은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두 마리 못된 개(犬)와의 투쟁 과정이기도 한데, 나이 들수록 이 개들이 사나워질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어릴 때 선입견과 편견의 문제점을 깨닫게 해 주는 게 좋다. 북한, 평화, 통일에 대한 조기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고백하면, 밖에서는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면서 한 집에 사는 자식에게는 북한, 평화, 통일에 대해 작심하고 얘기해 본 기억이 많지 않다. 요리사가 집에서는 요리하지 않고, 개그맨이 집에서는 웃기지 않는다는 이상한 핑계를 댔던 기억도 나고. 그런데 며칠 전에 초등학생 아들이 책 한 권을 들고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아빠. 아빠 하는 일이 이런 일이지. 그래서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 빌려와 읽고 있어.” 부끄럽게도 오늘 소개하는 책은 온전히 아들 덕분에 알게 된 책이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이런저런 얘기도 못해주고 있었는데, 스스로 두 마리 개를 길들이고 있는 아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북한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교 통일교육 강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에 강점을 지닌 구성 작가, 글을 시각화하는데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그림 작가가 힘을 합쳐 만들고, 게다가 북한의 정치와 사회를 연구해 온 전문가 감수까지 거쳐 나왔다. 다시 말해 이미 참가자 면면만으로도 아이들 손에 믿고 쥐어져도 될 만한 책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책에 담긴 내용도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라 지루할 틈 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지닌 강점은 특정 사회를 이해하는데 가장 힘 있는 ‘비교’라는 방법론을 거창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 아이 리혁신과 리은혜, 서울 아이 김서울의 대화 속에서 남북한의 다른 점과 비슷한 점을 알 게 해 준다는 것이다.
 
1권 주제는 학교와 일상이고, 2권 주제는 여행과 문화다. 통일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를 보면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 하고 교육받고 싶어 하는 게 바로 북한 주민의 생활과 문화다. 가르치는 이들은 흔히 학생들이 평화·통일의 장밋빛 비전을 잘 모르기 때문에 평화·통일에 무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평화·통일의 미래상을 힘주어 말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이런 질문을 자주 한다. “자꾸 평화·통일을 하라고 하는데, 정작 평화정착과 통일의 ‘상대방’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주는 게 없어요. 북한 아이들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쉴 때 뭐하고 놀아요? 평양에도 와이파이 되요?” 통일교육원에서는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청소년 통일사전』을 공들여 만들었고, 학교에 강의하러 갈 때마다 열심히 소개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를 듣는다. 이 책을 알게 된 뒤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학교에 가면 이 책을 먼저 소개하고, 이 책을 읽은 덕분에 북한 아이들 생활에 관심이 많아졌고, 좀 더 많이 알고 싶으면 『청소년 통일사전』을 찾아보라고 말해야지.
 
이 책이 소주제를 이해시키는 방식은 이렇다. 예를 들어 ‘북한의 가정생활’ 편을 보자. 첫 페이지에는 이런 그림이 나온다(그림을 보여줘야 하는데 글로 쓰려니 아쉽다). 혁신이가 “나 리혁신, 우리 가족의 끌끌한 아들이다”라고 으쓱하고 말하면 서울이가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한다. “어휴, 오죽 속을 썩였으면 끌끌 혀를 차겠냐.” 물론 ‘끌끌하다’가 ‘듬직하다’의 북한식 표현이라는 정보도 빼놓지 않고 알려 준다. 다음 페이지부터는 글과 그림을 통해 북한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 경제는 어떻게 꾸려 가는지를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살푸둥이’, ‘진소리쟁이’처럼 북한 가정에서 종종 쓰는 재밌는 표현도 덤으로 알게 된다.
 
이런 식으로 다룬 소주제 목록은 다음과 같다. 1권은 호칭, 말, 가정생활, 교육 제도, 교복, 소학교의 일 년, 학교 공부, 방과 후 활동, 학교의 따돌림 문제, 어린이날, 아이들의 생산 활동, 여행, 놀이, 애니메이션, 간식거리, 인터넷, 식목일, 스포츠 용어, 명절, 농업, 대중교통, 자동차, 연예인, 남과 북의 내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2권은 평양, 주택, 관혼상제, 인기 직업, 군대, 문화유산, 기후, 자연환경, 야생 동물, 지하자원, 국경 지대, 지역 음식, 사투리, 속담과 격언, 오락 시설, 서비스 시설, 새로운 문물, 관광 산업, 공연 예술, 가요, 영화·드라마, 화폐, 경제의 변화, 이탈 주민, 남북한의 교류를 다룬다. 각 권 끝에는 우리말과 북한 말 비교를 실었다. 이 책을 보고 알게 된 건데 북한에서는 대기실을 ‘기다림칸’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평화·통일로 가는 기다림 칸에 있다. 기다리기 지루할 때면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자. 선입견과 편견도 일찌감치 길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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