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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_2022년 한반도 정세평가와 전망

2022-12-28
조회수 1075
“2022년 한반도 정세평가와 전망”

이창희(동국대 외래교수)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관계
북한은 올해 3월 ‘화성-17형’ 발사로 평창 평화올림픽 이후 재가동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중단시켰다. 북한은 핵·ICBM 실험 동결유예 조치라는 레드라인을 파기하였다. 11월 18일 길이 22~24m로 세계 최대의 ‘화성-17형’ ICBM 발사가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북한은 올해 화성-17형으로 발사로 간주되는 시험만 8차례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북한은 10월 8일 역사상 처음으로 150여 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시출격시킨 “항공공격종합훈련”을 진행하였고, 11월 4일에도 유사한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6월 21~23일 당중앙군사위에서 공개된 동해안 지도를 연상시키듯 11월 2일 역사상 처음으로 남한 공해상인 속초 앞바다와 울산 앞바다로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군 당국은 속초 앞바다 미사일 탄착에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 공해상으로 사상 첫 공대지미사일 발사를 즉각 실시했지만, 북한이 좌표까지 공개한 울산 앞바다 ‘전략순항미사일’ 탄착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였다. 북한의 지속되는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응하여 한반도 평화국면에서 유예되거나 축소되었던 한미군사훈련 등을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재강화하였다. 대규모 야외 실기동훈련차원에서 8월 한미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 9월 한미해상훈련과 한미일 대잠수함 해상연합훈련, 10월 한미일 해상연합훈련 재개, 한미 대북 서해 침투격퇴 훈련, 11월 한미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등을 진행하면서 대북 억지력과 확장억제력 향상을 위해서 항공모함 로날드 레이건호, 전략 폭격기 B-1B 등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한반도로 접근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11월 21일 북한의 ‘화성-17형’ ICBM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대해 11월 24일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은 “제재에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하였다. 북한은 12월 5일 포병 사격훈련을 동해와 서해로 진행하였다.

한반도 전쟁위기의 재연 가능성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6월 8~10일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회의 결론에서 “대적투쟁과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고 보도하면서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당시처럼 대남관계가 대적관계로 변화했음을 시사하였다. 나아가 그는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제 만약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 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며 ‘先 평화협정’과 같은 강력한 비핵화 조건을 내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2월 12일 ‘대한민국팔각회’ 행사 영상 축사에서 “북한은 민족의 간절한 평화통일 염원을 외면한 채 핵·미사일로 평화를 위협하고 주민 인권을 억압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권 장관은 “이런 때일수록 우리의 하나된 의지가 더욱더 중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을 변화의 길로 유도해 감으로써 한반도에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꾀하는 유효한 방식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도 진행되었던 한미군사훈련과 같은 강력한 대북 압박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윤석열 정부는 ‘先 비핵화’ 접근법과 다르게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전제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북한 민생 개선 시범사업 등의 초기 조처를 “협상 모멘텀 확보·유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1월 21일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담대한 구상의 행동원칙이 ‘억지, 단념, 대화’라면서 “대화를 이끌어가는 과정에 억지와 단념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원칙적으로, 지속적으로 철저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조차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파업 중단에도 ‘안전운임제 연장 거부’ 등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만 북한이 거듭 ‘담대한 구상’을 반대하고 있는 마당에 강력한 대북 압박보다 구상의 진정성을 나타내고,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2017년과 같이 북미 간 강대강 대결 속에서 고조되었던 한반도 전쟁위기가 2023년 남북 간에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내년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코리아리스크의 감소를 통해 한국경제 위기 요인의 하나를 해소하는 것도 우리에게는 절실한 문제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과 북의 변화가 필요하다.
북한이 도발을 많이 해오면 결국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것이라는 ‘벼랑끝전술’로 간주한다. 현 정부는 ‘벼랑끝전술’에 넘어가지 않는 것을 ‘남북관계 정상화’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북한의 최근 도발은 ‘벼랑끝전술’이라기보다는 한미군사훈련 등에 대한 대응과 더불어 전략·전술무기 개발을 통한 장기적인 국방력 강화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하노이노딜’의 경험과 미중패권경쟁,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신냉전까지 조성되려는 상황에서 미국과 남한에게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사고하면서 대북 압박에 맞서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현재 3중고(대북제재, 코로나 방역, 자연재해)에 대응하면서 체제 유지 및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력까지 강화하는 북한의 선택은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삼중고 극복의 지연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크게 할 것이다. 물론 당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과거 1990년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비효율성 심화, 사회주의권의 붕괴, 커다란 자연재해 등에 따른 ‘고난의 행군’과 같은 식량난 등의 위기가 아니다. 현재 북한은 2000년대 시장화와 북중교역의 발전에 따른 2010년대 부분적인 산업의 회복 등으로 점진적으로 경제가 부분 회복된 상태에서 북중교역 감소, 가뭄 등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올해 다소 부족함은 있지만 곡물 451만 톤을 생산하는 등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 8차 당대회 이후 제시된 2030년대 중반까지 현재 정비의 5년, 이후 도약의 5년, 그리고 완성의 5년을 거쳐 ‘사회주의강국’을 건설한다는 장기적인 로드맵의 실현을 어렵게 할 것이다. 이는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약속의 실현이 또다시 지연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북한 체제의 내구성이 약화될 수 있다. 결국 북한에게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태도의 변화가 매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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