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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단비(칼럼)

정영철_단둥 스케치

2016-04-28
조회수 1448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단교는 여전히 끊어진 채로 지금은 유명 관광명소가 되었다. 중국에서 이어진 다리가 강의 한 복판에서 멈춰서있고, 그 너머의 강으로는 다리 기둥만이 애처롭게 서있다. 그 끊어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발을 내밀어 국경을 넘었다고 자랑을 한다. 과연 그럴까? 압록강은 북한과 중국의 사이에서 국경으로서의 선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국경선을 만들 수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래톱과 사구 등으로 선을 정하는 것이 오히려 두 나라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압록강은 북한과 중국이 서로 공평하게 공유하는 공유하천이다. 이곳에서는 북한과 중국의 어선과 유람선이 그냥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상대방 육지에만 발을 닿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압록강은 서로를 갈라놓기보다는 서로를 연결해준다. 그래서 사람의 이동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적어도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이루는 지역의 반경 20-30Km 이내의 사람들에게는 비자없이 통과가 가능하다. 소위 말하는 도강증(통행증)만 있으면 서로의 지역을 넘나들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시험 그리고 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 제재에 따라 북중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이 여러 가지 애로를 겪고 있다는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북한의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귀순’을 둘러싼 잡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외화벌이 창구인 식당의 운영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아마 과거에 비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압록당 단교 옆으로 나란이 건설된 압록강 철교위로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북한에서 중국으로 쉴새없이 화물차와 여객, 그리고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단둥 시내 곳곳에서는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와 더불어 북한의 국기인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북한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기인 셈이다. 정확히 얼마나 많은 북한 인력이 단둥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대략 2만 여명, 아니 그 보다 더 많은 수의 인력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은 지금 과거 우리 누님, 형님들이 독일로 광부, 간호사로 파견되었듯이 북한 외화벌이의 최전선에 서 있다.

북중간의 교역 창구인 단둥 세관 앞에는 물건을 싣고 내리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화물도 갖가지이다. 서로의 ‘대방’(무역 파트너를 의미하는 말)의 요구에 따라 화물을 적재하고, 목적지로 출발한다. 압록강 철교가 복선이 아닌 단선인 까닭에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왕래해야 한다는 점이 불편할 뿐이다. 대체로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화물과 사람이 오고간다. 이 시간을 놓치면 압록강 철교 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전 9시 30분을 전후로 세관, 호텔, 기차역 주변은 이미 짐 정리가 끝난다. 그래서 이 시간 이후에는 부산하게 움직이는 북한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10시를 전후로 기차와 트럭이 압록강 철교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압록강 철교에서는 화물과 사람이 오고간다.

물론, 북중간의 매끄럽지 못한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금평은 중국쪽으로 건설된 변경도로에 의해, 그리고 중국이 설치한 철조망에 의해 구분되어 있다. 황금평과 중국땅 사이에는 조그마한 도로 하나가 국경인 셈이다. 도로가 건설되기 전에는 양쪽이 모두 비옥한 농토였다. 그 농토위에서 논두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과 중국의 농민들이 사이좋게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쉴 참이면 논두렁에 나 앉아 새참을 나누어 먹었다. 때로는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의 손이 되어주는 품앗이도 아낌없이 나누었다. 이제는 도로와 철조망이 가로막아 그럴 수 없지만,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이었고 이웃이었다.

황금평은 북중 두 나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사무소 건물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고, 건설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중 경제특구로서의 개발은 멀기만 하다. 황금평과 함께 개발이 합의된 위화도는 아무것도 진척되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 두 나라가 이곳을 포기하겠다는 말은 없다. 여전히 경제특구로서 개발의 잠재력은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단둥에서의 또 하나의 공간은 호시 무역구이다. 과거 조선시대 북중, 그러니까 과거에는 조선과 청나라의 사이에 존재했던 국경 시장이다. 이 호시 무역구가 100년만에 부활하여 새로이 건설되고 있다. 호시 무역구는 비자없이 무관세로 자유롭게 두 나라가 무역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반경 30Km 이내의 사람들은 이곳을 자유롭게 방문하고, 무역을 할 수 있다. 아직은 개장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앞으로 순조롭게 개장을 할 수 있을지도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호시 무역구의 건설은 단둥-신의주 사이에 존재하는 국경의 장벽이 얼마나 손쉽게 넘나드는 곳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중국 단둥과 북한의 신의주는 철교로 이어져있고, 북중간 무역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안보리 제재의 여파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수많은 언론과 방송이 이곳을 방문하여, 압록강 철교를 취재하면서 안보리 제재의 효과를 선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언론과 방송은 안보리 제재의 효과없음을 주장하기도 한다. 안보리 제재에 따른 중국 정부의 북중간 교역 금지에 대한 조치가 발표되고, 그에 따른 일부의 여파가 미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교역이 끊어지거나 무역의 금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단둥과 신의주는 예부터 하나의 생활권처럼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강 건너 친척이 있고, 또 그 강을 생활의 터전삼아 살고 있는 ‘조선인’, ‘중국인’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들에게 제재는 그저 그런 하나의 행정 절차일 뿐이다. 물론, 국가라는 거대한 정치권력의 힘이 이들을 억누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과거 60년대 중국의 혼란으로 강을 넘었던 중국인이 있었고, 90년대에는 북한의 혼란으로 강을 넘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처럼 강을 중간으로 나누어 이쪽저쪽으로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이들은 그 누구보다 남북의 협력과 북중의 협력을 바란다. 서로의 잘못을 꾸짖고, 비판할지언정 관계를 끊는 것에 누구보다 반대한다. 남북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이들 역시 자유로운 교류와 무역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남북중을 잇는 화해와 협력의 길, 통일의 길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또 남북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북중의 협력이 더욱 빛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단둥의 영사부가 위치하고 있는 건물 옆으로는 SK의 보세창고와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압록강 철교의 다리 기둥에는 삼성의 광고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그저 공간상의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SK의 현대적이고 거대한 건물의 위용과 삼성의 광고를 단둥의 중국인만이 아니라 그곳을 오고가는 북한 사람들이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또 그곳을 방문한 남한 사람들은 이 기묘한 동거의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모든 의문을 푸는 것은 그냥 남북이 그리고 북중이 협력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이 모든 현상이 자연스러운 그저 그런 현상이 되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세관과 기차역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고 난 뒤, 압록강 철교를 건너기 위해 준비가 끝난 부산스러운 광경이 사라진 시간, 오전 9시 30분이다. 이제 곧 압록강 철교위로는 트럭과 기차와 사람을 실은 조그마한 봉고차 등이 보이게 될 것이다. 아직은 아무것도 오가는 것이 없는 압록강 철교를 보면서 불현 듯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고, 그래서 남북중의 자유로운 왕래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자꾸만 늦추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전문가 칼럼은 민추본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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