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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총탄 자국 앞에서 평화기원 명상... “마음 속 작은 통일 이룰게요”

2025-09-26
조회수 191



총탄 자국 앞에서 평화기원 명상...
“마음 속 작은 통일 이룰게요”

  • 철원=진달래 기자
  • 승인 2025.09.26 08:32

조계종 민추본, 남북접경지역 평화순례
9월25일 철원 한탄강, 노동당사 일대서

사무총장 덕유스님 비롯 대학생 60명
미래본부 일감스님 지도로 이색 명상
“평화는 마음 열면 찾을 수 있어” 소감

“마음에 무게가 있습니까? 왜 어쩔 땐 무겁고, 어쩔 땐 가벼울까요?”

[영상] 분단 상처가 깃든 철원 노동정사 앞에서 명상하는 참가자들.
[영상] 분단 상처가 깃든 철원 노동정사 앞에서 명상하는 참가자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성행스님)가 9월25일 ‘철원 남북접경지역 평화명상 걷기순례 행사’를 개최했다. 노동당사 앞에서 명상에 잠긴 60여명.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성행스님)가 9월25일 ‘철원 남북접경지역 평화명상 걷기순례 행사’를 개최했다. 노동당사 앞에서 명상에 잠긴 60여명.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이 나무 아래 앉아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이 나무 아래 앉아 명상을 지도하고 있다.

총탄과 포탄 자국이 선명한 낡은 건물 앞에서 60여명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9월25일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 한때 북한의 땅이자, 한국전쟁 때 고지전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에서 ‘평화’를 화두로 명상에 잠긴 참가자들은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평화는 깊은 숨을 들이쉬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마음을 열면 찾을 수 있는 것.”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성행스님)가 ‘철원 남북접경지역 평화명상 걷기순례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과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동국대 북한학과와 사회과학대 불교동아리 템플애플 학생들 60여명이 참석했다. 현장해설은 김진환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 객원연구원과 오삼언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초빙교수가 맡았다.

올해는 강원도 철원으로 향했다. 철원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수탈의 대상이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는 가장 치열했던 고지전이 벌어졌다. 한때 북한의 땅이기도 했던 철원은 현재 일부는 남한, 일부는 북한 땅이 됐으며, 주민 수보다 군인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에 모인 참가자들. 휴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에 모인 참가자들. 휴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맛보기 명상 후 소감을 묻는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맛보기 명상 후 소감을 묻는 미래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참가자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유튜브 브이로그를 찍으며 순례하는 학생 참가자.
참가자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유튜브 브이로그를 찍으며 순례하는 학생 참가자.

이번 순례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됐다. 창의적인 방식으로 평화를 사유하는 ‘조별 명상 챌린지’다. 휴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에 모인 참가자들은 맛보기 명상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은 “우리는 평소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데, 명상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명상을 하면 자기를 조절할 힘이 생긴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평화를 위한 순례에 동참해줘 감사하다”며 “쉬지 않고 평화를 염원하자”고 인사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방식으로 평화를 표현했다. 유튜브 브이로그(Vlog, 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으로 게시하는 콘텐츠)를 찍는다거나, 화제의 반가사유상 포즈로 명상하며 평화순례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멕시코에서 온 교환학생 파올라(paola, 21)씨는 “한국문화를 알고 싶어서 북한학과 수업을 듣고 있다”며 “북한이 가까이에 있다니 놀랍다. 멕시코에 있는 친구들에게 오늘 일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추본 회원 황미라씨(60)도 “한탄강 자락에서 반가사유상 포즈로 3-4분간 평화를 기원하는 명상을 했다”며 “동국대 학생들과 함께해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노동당사에 이르자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됐다.
노동당사에 이르자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됐다.
'마음의 무게가 있느냐?'고 묻는 일감스님.
명상에 잠긴 참가자들.
명상에 잠긴 참가자들.

노동당사에 이르자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됐다. 노동당사는 1946년 북한 노동당이 철원과 그 인근 지역을 관장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한국전쟁 당시 집중 폭격을 받아 현재는 폐허만 남았지만 분단과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현장이다.

미래본부 일감스님은 “마음에 무게가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일감스님은 “우리 마음은 무거울 때도 가벼울 때도 있다”며 “그래서 잘 다뤄야하는데, 그 훈련이 바로 명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 마음이 어디에 가서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라며 “허리를 세운 다음 힘을 푼 다음, 새소리와 바람 소리를 느끼면서 눈을 감으라”고 안내했다.

이어 분단 상처를 마주보며 선명상이 진행됐다. 노동당사 옆, 요가매트를 깔고 앉은 참가자들은 ‘평화’를 생각하며 쓴 서원문을 앞에 두고 명상에 잠겼다.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현장에는 고요가 감돌았다. 참가자들은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10여분간 이어진 명상은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시간이었다.

명상이 끝난 뒤 일감스님은 “평화를 가꾸는 건 힘든 일이지만, 가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평화가 온다”며 “그 시작은 연민심과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이다. 오늘 나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 가져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MZ 참가자들은 마음 속 ‘작은 통일’을 이루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원문을 든 참가자들.
MZ 참가자들은 마음 속 ‘작은 통일’을 이루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원문을 든 참가자들.
서원문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서원문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MZ세대 참가자들은 마음 속 ‘작은 통일’을 이루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지민(25, 동국대 중어중문학과)씨는 “북한학을 공부하며 우리 사회에 산재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분단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느꼈다”며 “오늘부터 내 마음속의 작은 통일을 이루겠다. 오랜만에 쉴 수 있는 시간이어서 참 좋았다”고 했다.

‘북한의 젊은 시인을 만나고 싶다’고 서원문을 작성한 김희수(25, 동국대 문예창작학과)씨는 “’MZ에게 북한이란 무엇인가‘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며 통일이 남일이 아닌 우리의 일이라는 걸 느꼈다”며 “우리가 할 일은 평화를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추본 회원 이정훈 씨(50)는 “노동당사를 북한 잔재물로만 여겼는데, 명상을 통해 마음을 내려놓으니 새롭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해설을 맡으며 학생들을 인솔한 오삼언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는 이날 순례가 ‘평화의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오삼언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오늘처럼 관심을 갖고 순례에 참가하면 평화로 향하는 길을 찾게 되고 만들어가기라 생각한다. 오늘 순례는 평화의 시작”이라고 기원했다.

순례 마지막 코스는 소이산 전망대였다. 참가자들은 40분가량 오른 정상에서 철원평야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을 향해 “평화!”를 외쳤다.

소이산 전망대로 향하는 참가자들.
소이산 전망대로 향하는 참가자들.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 땅을 가리키고 있다.
희미하게 보이는 북한 땅을 가리키고 있다.
참가자들은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졌다. 
참가자들은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을 다졌다.
'평화!'를 외치며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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